한국일보

[기자의 눈] 만들기는 어렵고 포기하기는 쉽다

2004-07-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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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찬(취재부 차장)

얼마전 재미있게 본 TV 광고 하나.

미국 비디오 가게에서 종업원들이 무료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비디오테이프를 세워놓고 도미노 게임을 한다. 수백개가 되는 테이프를 좁은 간격으로 촘촘히 세워놓고 처음 것을 툭 건든다. 비디오테이프들은 도미노현상으로 비디오가게 매장을 한바퀴 돌면서 쓰러진다.


도미노 현상을 얘기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 비디오테이프들을 세우는 시간은 엄청나게 들었을텐데 무너지는 시간은 일순간이라는 점이다.
거창하게 제국의 흥망성쇠를 말하지 않더라도 힘들게 만들고 쉽게 무너지는 일은 우리 주위에 비일비재하다.

뉴욕한인사회와 한인 경제의 성장은 빠른 속도로 지속돼왔다. 많은 한인들이 땀흘려 이룩한 결과다. 시행착오와 시련은 있었지만 맨하탄과 플러싱, 뉴저지 팰리세이즈팍 등에서 일군 한인상권은 자부할만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미국 경기가 침체되고 특히 9.11 사태 이후 한인 경제는 눈에 띄게 허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를 하는 한인들은 ‘때를 잘 잡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물론 그 때를 잡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노력하고 준비해야 하겠지만.
뉴욕시의 재개발 관련 기사를 준비하면서 만일 한인들이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준비하거나, 과감하게 투자를 하는 혜안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수년전부터, 앞으로 수년동안 한인들과 밀접한 곳에서 재개발이 계속될 것이다.‘부자 사전’이라는 만화에서 부동산 부자들은 신문 등에 잘 된다는 곳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소문이 날 정도면 이미 내리막길이라는 것이다. 미리 직접 다녀보고 과감하
게 투자한다고 한다.

맨하탄 한인 경기가 침체된 지도 시간이 꽤 흘렀고 플러싱 한인 상권이 밀려난다는 얘기도 이미 식상해질 정도다. 재개발에 대해 한인들이 먼 나라 얘기처럼 흘려듣지 말고 직접 찾아 다니는 발상의 전환을 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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