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자교회와 약한교회

2004-07-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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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유순(뉴욕예수원교회 목사)

해마다 방학이 되면 이민생활에 바쁘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는 부모는 3개월 동안 아이들을 어떻게 보살펴야 할지 큰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다행히 교회들이 이런 때 여름캠프를 열어 아이들과 청소년들 유치에 광고전을 벌이기도 한다. 순수하게만 하면 아주 좋은 프로그램이다.

교회서는 신앙지도를 할 수 있고 가정들은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자세히 보면 몇 가지 지적할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다. 교회는 영리단체가 아니다. 비영리단체이다. 때문에 교회서는 헌금 외에 돈을 받는다거나 사립학교나 학원에서 하는 식의 비용 조달을 노골적으로 1인당 얼마씩 하는 학비조달식 광고는 자제하는 게 좋겠다.


이렇게 하는 교회들이 대개 큰 교회 혹은 부자교회들이 더 많이 드러나고 있다. 2,30명 모이는 작은 약한 교회는 엄두도 못 낸다. 약한 교회는 자신들이 주일 하루 모여 예배드리는 것만도 힘겨워 한다. 그러다 보니 시설이 없어 돌보지 못하니 아이를 가진 학부모들은 자기 교회를 두고도 이웃 부자교회로 아이들을 보낸다. 그러다가 여름방학을 지나고 보면 주일학
생들은 은연중 부자교회로 떠나고 말게 된다. 여기서 약한 교회 목회자는 안타까워진다.

젊은 목회자들이 큰 마음 먹고 목회를 시작했다가 이런 현실에 부딪칠 때 갈등과 좌절을 느끼곤 한다.물론 큰 교회들도 처음엔 그런 시련을 경험했을 것이다. 목회가 교회의 크고 작은 것으로 성공, 실패를 판정할 수는 없다. 외형적으로 입지조건이 좋거나 모여든 회원들의 질에 따라서 크게 될 수도, 작게 될 수도 있다.

교회 평가는 주님만 하실 수 있다. 계시록에 아시아 7교회가 나온다. 조건이 잘 갖춰지고 외형으로 볼 때 흠잡을 것 없는 교회도 내면적인 첫사랑이 없어 불합격 된다. 그래서 7교회 중에 합격된 교회는 2교회 뿐이었다. 즉 교회는 외형 보다 보이지 않는 내면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교회 문제는 양적 부흥과 외형에 너무 지나칠 정도로 극렬하다.

지금 우리는 미국 이민교회서는 아픔과 고통을 같이 나누며 약자의 무력함을 함께 나누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약자의 변이 될지 모르지만 주님의 사역은 항상 약하고 병들고 소외된 자들에게 더 가까우시었다. 가진 자와 힘있는 자들은 오히려 주님과 적대시 되었었다.

오늘날 부자교회는 약한교회가 숨가쁘게 연명하는 곳에 힘을 나누어줘야 겠다. 그러기 위해 여름 아이들을 위해 공동투자로 부자교회는 약하고 가난한 교회도 함께 하는 공동 캠프를 열어 더불어 사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이것이 주님이 원하시는 하늘나라(Kingdom of God) 선교가 아닌가.

미국에 이민와서 어렵게 살던 어느 학생이 한국 가서 큰 대형교회 여름캠프에 따라가 보니 부자교회가 호화로운 콘도를 독채로 빌려 가족별로 방방에 들어가 너무나 좋은 음식, 바닷가 횟감 등으로 먹고 놀고 마시는 데서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풍습이 언젠가는 미국에 있는 한인교회에 안 들어온다는 보장이 없다. 우리는 가장 부강한 미국에 살고 있지만 이 사람들의 검소한 생활, 누구나 평등하게 특권의식이 별로 없는 생활 모습을 배워야 할 것이다.


주님은 “가난한 자에 복음을 전하시려고 기름 부음을 받았다”고 하시었다. 교회는 주님의 모습을 따르는데 전념해야 한다. 성경은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하나님이 기뻐 받으시는 거룩한 산제사를 드리라”고 하시었다.

부자교회서 하는 자기들만의 충족을 위해 약한교회 아이들까지 싹쓸이 식의 프로그램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오히려 약한 교회 교역자를 강사로 모셔 아이들도 같이 와서 공동 캠프를 하면 어떨지 제안해 본다.

그래서 약한 교회 어린이들이 우리 교회 목사님도 큰 교회서도 잘 하시는구나 하는 자부심을 갖도록 하면 큰 교회는 외지에서 비싼 강사를 모시는 것 보다 이웃의 약한 교회 목사를 강사로 모시면 선교적인 차원에서 부자가 약자를 돕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는 게 아닌가.

이번 여름부터 우리 이민교회는 한국처럼 부자교회 행태를 버리고 주님의 모습으로 약한교회를 돕는 프로그램을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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