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가격이 먼저냐? 서비스가 먼저냐?

2004-07-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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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특집부 차장대우)

비즈니스의 성패는 상당부분 `서비스의 질’에 달렸다는 것을 최근 친구의 사례로 새삼 실감하게 됐다.

친구는 열흘 전쯤 새로 이사간 동네 미용실을 처음 찾았다 했다. 가깝기도 하고 가격도 저렴해 일석이조라 여기며 헤어커트와 롤스트레이트 퍼머를 했으나 문제는 바로 다음날 터져 나왔다.


막상 머리를 감고 보니 좌우 머리길이가 확연히 달랐고 일부분은 아예 덥석 잘려나가 있었다. 또 마치 바삭바삭한 과자처럼 건조하고 뻣뻣했다. 미용실의 마무리 손질에 가려져 전날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이후 친구는 주위로부터 “폭탄 맞았냐?” “쥐가 파먹었냐?”는 말을 수시로 들어야 했다. 망설이던 끝에 일주일만에 다시 그 미용실을 찾았고 다시 손질을 해주겠다는 원장에게 머리를 맡겼으나 또 다른 실망을 맛보아야 했다.

분무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은 머리카락 대신 얼굴을 적셨고, 열에 달은 고데기가 이마에 닿았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컷트용 가위와 뾰족한 빗 끝이 눈동자 앞까지 돌진해와 몇 번씩이나 눈을 질끈 감기도 했다. 게다가 층진 머리 손질을 위해 원장이 제안한 스타일을 분명 “싫다”고 했음에도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수리에 있는 머리가 덥석 잘렸다.

조심성이 전혀 없었고 마치 일부러 화풀이라도 하는 듯한 느낌까지 받을 정도였다 한다. 이쯤 되자 친구도 화가 나고 실망스러워 한마디했더니 원장은 “가격이 싼 가게라고 손님이 불평을 너무 많이 한다”며 오히려 짜증을 냈다. 가격이 싼 업소에 들렀다고 오히려 주인이 손님을 마구 대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음을 원장은 모르는 것일까 하고 의심해 보았단다.

물론 여럿을 상대로 영업 하다보면 때로 공연한 트집을 잡으며 억지를 부리는 손님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미장원에 다시 머물렀던 몇 시간 동안 미용실측으로부터 변명보다는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만 들었어도 마음이 무겁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친구는 흥분했다.

흔히들 불경기 해소 전략으로 가격만 낮춰 경쟁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상대적으로 위험부담이 더 클 수 있다. 그보다는 우선 손님을 먼저 생각하는 질 높은 서비스 제공에 치중한다면 가격의 높낮이를 떠나 누구나 한번쯤 찾아보고 싶은 업소가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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