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한인단체장 기피현상 문제 있다

2004-07-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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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한인사회에 최근 단체장 기피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한인식품협회, 브루클린한인회, 맨하탄한인회, 스태튼 아일랜드 한인회 등은 1여년간 회장 후보가 없어 비상회의에서 차기 회장을 선출했다. 또 선거를 앞두고 있는 플러싱한인회는 회장 후보가 없어 등록 마감을 일주일 연기한 상태이며 이 기간에도 후보등록이 없을 경우 선관위가 추대한다
는 계획을 빌표했다.

한인사회의 핵심 단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단체에 회장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는 것은 이상 현상이다. 과거에는 단체의 선거 때마다 과열선거가 혼탁선거로 이어지고 선거 후유증까지 나타나서 말썽을 빚었는데 이제는 회장을 하겠다는 사람이 나서지 않는다고 하니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기류는 한인사회의 중심 단체인 한인회에서도 이미 나타난 현상이
다. 과거 한인회장 선거는 집단간의 대결 구도까지 보이면서 후보들이 수십만달러의 비용을 쓰면서 경쟁을 벌여 많은 한인들을 투표에 동원했으나 최근에는 이런 현상이 사라졌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한인단체장을 기피하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입후보에 돈이 들고 당선되어도 임기중 상당한 돈을 써야 하는데 요즘같은 불경기에 그런 돈을 쓸려고 나서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것만이 이유가 아닌 것 같다. 과거에는 한인 단체장들이 선거에 당선되기 위하여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썼고 임기중에도 더 많은 돈을 썼으니 말이다.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참여의식이 강한 1세들이 한인사회의 일선에서 물러나고 있는 시기에 한인단체들이 역할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고 있는데서 찾아내야 할 것이다.

초창기의 한인단체들은 한인들의 권익 옹호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었고 따라서 단체장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한인 1세 단체장들은 한인사회의 단체활동을 통해 한국의 각계에 진출하는 계기로 삼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정체상태에 빠진 한인사회에서 단체활동이 활력을 잃게 되면서 단체장 기피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사회에서 한인들이 단결하여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한인단체의 활성화는 앞으로 더욱 필요한 일이다. 예를 들어 플러싱 개발 등 지역 개발사업에서 한인들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역 한인단체가 앞장서야 한다. 또 최근 계속 강화 추세에 있는 각종 법규에 대한 대응책이나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한인 주종사업의 활로를 개척하기 위해
서는 한인 직능단체의 활동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한인단체장 선거의 과열현상도 문제이지만 기피현상은 더욱 큰 문제이다. 한인사회의 발전을 위해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이 솔선하여 단체 활성화를 통해 한인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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