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단체장 부재 현장

2004-07-1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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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부 차장)

뉴욕 양키즈의 주장으로 활약하고 있는 유격수 데릭 지터는 그의 선배이자 양키즈의 전설적인 선수인 조 디마지오를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선수라고 말한다.

디마지오는 선수 생활동안 56경기 연속 안타 등 무수한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디마지오가 야구를 통해 남긴 최대 업적은 어느 한 여름날 점수 차이가 많이 벌어진 경기에서 남겨졌다.


당시 경기에서 큰 점수 차로 앞서고 있던 양키즈의 9회초 경기에서 타석에 들어선 디마지오는 안타를 친 뒤 1루에 머물지 않고 전력 질주, 평범한 1루타를 2루타로 만들었다. 경기가 끝난 뒤 그를 향해 어떤 한 기자가 물었다.

“디마지오씨, 9회초에 경기는 거의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는데 당신은 왜 무리하게 2루까지 전력 질주했습니까? 만약 그러다가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디마지오는 기자를 향해 이렇게 대답했다.“오늘 이 경기를 보러온 팬들중에는 내가 뛰는 모습을 처음 보는 소년 소녀들도 있었을겁니다. 내가 2루로 갈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점수차가 크다고 해서 1루에 머문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들의 마음속에 저는 ‘2루로 뛰기 귀찮아 1루에 머무른 게으른 선수’로 영원히 낙인될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공인(公人)이 무엇이라는 것을 디마지오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뉴욕한인사회가 공인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각 지역 및 직능 단체가 선거 때마다 후보가 없어 비상 회의를 소집하는 사례가 지난 수년간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후보가 없는 것에 대해 이해는 간다. 한인사회 단체의 회장을 맡으려면 재력과 시간이 있어야 되는데 요즘 같은 불경기에 돈과 시간이 남아도는 한인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러나 한인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인재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 디마지오의 공인 개념이 무엇인지 알고 능력과 카리스마를 갖춘 ‘회장님’들이 더 이상 움츠리지 않고 한인사회를 위해 나서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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