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용서의 힘

2004-07-1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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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륭웅(공학박사)

한 40여년 전쯤 한국신문에 난 기사이다. 시골의 어떤 분이 외동 아들을 잃었는데 그 아버지는 살인자 때문에 밤에 자지도 못하고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였다. 살인자에 대한 증오로 하루종일 들끓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러다간 내가 죽겠구나” 하던 어느 날, 내가 살려면 아들의 살인자를 용서해야지 하고 생각하고 실제로 용서하였다. 용서를 받은 사람은 자기가 대신 아들이 되면 안되겠느냐고 하여 서로가 부자의 연을 맺었다는 얘기였다.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최근 실린 글을 함께 나누고 싶다.스탠포드대학에서 용서에 관해 연구하고 있는 러스킨 박사는 용서하는 것 -- 그렇다고 상
대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고 -- 이 용서하는 사람의 스트레스 수준을 50%나 줄일 뿐 아니라 에너지의 증가, 기분이 좋아짐, 수면의 질 향상을 가져오고 전반적인 몸의 활력을 높인다고 발표하였다.

자신을 나쁘게 대한 상대에 대한 나쁜 감정, 화냄을 지니고 있는 자체가 ‘독’이 된다는 것이다.화를 내면 인체는 아드레날린이나 콜티솔 같은 스트레스 홀몬을 분비하고 이로 인해 당이 나오는데 이로 인해 근육을 긴장시키고 혈액을 응고시키는 물질이 생산되어 결과적으로 인체에 독이 된다는 것이다.

라커펠러대학의 신경 내분비계통 연구소장인 맥에인 박사는 콜티솔은 두뇌활동을 저하시키고 세포 발육이 낮아지며 이는 기억력의 감퇴, 혈압 및 혈당의 상승, 동맥경화가 생기며 결국 심장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였다.

상대를 용서하게 되면 이런 스트레스 홀몬의 분비가 중지되어 위에 말한 독들이 생기지 않는다. 위스콘신대학의 연구진들이 심장질환을 가진 36명의 성인 남자를 대상으로 연구하였는데 대상자 전원은 전쟁의 후유증, 결혼생활의 어려움, 직장문제, 어릴 적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었다. 대상자의 절반은 ‘용서하는’ 훈련을 받았고, 나머지는 받지 않았다.

훈련을 받은 사람의 혈액순환이 그러지 않은 사람 보다 훨씬 원활한 것이 밝혀졌다. 미시간주 호프대학의 심리학자인 위트브리엣 박사는 2001년 71명의 대학생 몸에 센스를 부착시키고 그들이 거짓말, 모욕, 배신 등으로 인한 괴로움을 잊도록 한 결과 심장 박동과 혈압이 그러지 않을 때 보다 2.5배 낮았음을 발견하였다.

연구를 주관한 위트브리엣 박사는 용서가 화냄을 치료하는 해독제가 아닌가 하고 말한다. 화냄은 지속적인 혈압의 상승 및 심장질환에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55세의 이혼녀인 오브라이언씨는 전 남편에게 나쁜 감정을 늘 가지고 있었는데 이로 인해 항상 긴장되고 감기에 잘 걸리며 피곤하였다.


그러나 앞서 말한 스탠포드대 러스킨 박사의 용서에 관한 강연을 듣고 비디오 테입을 본 후 깨닳은 바가 있어 전 남편에게 “이제 나도 내 생활을 찾을 것이며 당신에 대한 원망같은 것은 없다”고 말한 후 말할 수 없는 안식을 얻었다.

러스킨 박사는 테러범들에게 가족을 잃은 17명의 성인을 상대로 일주일간 용서에 관한 훈련을 하였는데 훈련 후 대상자의 스트레스는 40%, 두통과 허리통증, 불면증은 35%나 감소한 것을 발견하였다.

용서를 못한다 하더라도 복수를 계획하지 않거나 그 원인 때문에 속을 끓이지 않는 것 자체로도 마음의 평화가 온다고 학자들은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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