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자녀에게 존대말 쓰는 친구

2004-07-1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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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신기하다. 마음이 상쾌하면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 반면, 마음이 불쾌하면 세상이 모두 짜증스러워진다. 하루를 시작할 때 아내들이나 혹은 남편들이 조심할 것이 있다. 출근하는 남편이나 아내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이야기는 피하는 것이 좋다. 반드시 해야 할 이야기가 아니라면 퇴근 후 돌아와 말하는 것이 좋다.

아침 출근 시에는 서로에게 좋은 말을 하므로 하루가 즐거워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무심코 내뱉은 불쾌한 한 마디가 하루종일 마음을 언짢게 해 일이 뒤틀릴 수 있기에 그렇다. 직장이나 사업체에 들어가면 감내(堪耐)해야 할 일들은 많다. 집에서부터 좋은 말을 듣지 못하고 출근하면 그 영향이 직장이나 사업체까지 미치게 된다.


친구의 집에 전화를 하는 것도 시간을 잘 보아 하여야 한다. 좋은 소식도 아닌데 아침 일찍 전화를 하여 심기(心氣)를 건드리는 것도 피해야 하고 잠자리에 들어가 있을 시간에 전화를 하여 잠을 깨우는 것도 삼가야 한다. 아침 일찍 전화를 해야만 하고, 밤늦게 해야 할 사안이 있다면 필요한 요건만 간단히 전하는 것이 예의다.

사람은 작은 일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갈대와 같다. 강심장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린 심장을 갖고 산다. 사람의 마음이란 작은 말 한 마디에도 상처를 받게 되고 작은 칭찬 한 마디에도 용기를 얻게 된다. 남의 흉을 보기보다는 남의 칭찬을 말해주는 것이 세상 살아가는데는 더 보약(補藥)이 된다.

특히 사춘기 자녀와 젊은 자녀들을 두고 있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나쁜 말을 써서 자녀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은 피해야 한다. 사춘기는 아주 예민하므로 부모의 성질난 말 한 마디가 자녀들의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기에 그렇다. 한 번 상처 난 자녀들의 마음은 그 상처가 치유되려면 매우 오랜 시간을 요하게 된다.

어느 친구의 경우다. 그 친구에겐 아들 하나, 딸 둘이 있다. 그 친구는 좀 급하다. 그래서 자녀들과 말싸움을 자주 하곤 한다. 그 때에는 성질을 부릴 때가 많다. 자녀들에게 꾸중을 할 때에도 큰 소리로 하고 주먹질까지는 안가도 자녀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대로 자녀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곤 한다.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은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자녀들의 하는 행동이 모두 마음에 들 수는 없다. 한국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잘 하는 말 “내가 너의 나이였을 때는 얼마나 고생하면서 컸는지 아니!” 이런 말은 미국에서 자라는 자녀들에게는 먹혀들지가 않는다. 오히려 부모의 무능력만 자녀들에게 보여주는 꼴이 된다.

이 친구는 어릴 적 어머니에게 쌍소리를 들으며 맞고 자랐다고 한다. 이 친구는 그 당함을 또 어린 자녀들에게 하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자녀들에게 주먹질은 하지 않는다고 하니 다행이다. 그러나 그 친구는 어릴 때 부모로부터 당한 마음의 상처를 또 다시 유전처럼 자신의 자녀들에게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 친구는 현재 상담을 받으러 다닌다.

또 한 친구의 경우다. 같은 또래의 친구가 아내에게 전화를 하면서 존대 말을 쓰는 것을 들었단다. “어떻게 아내에게 경어(敬語)를 쓸까!” 그 때 당시 그는 닭살이 돋으며 소름이 끼쳤단다. 그는 존대 말을 쓰는 그 친구가 너무 가식처럼 보였단다. 그런데 그 후 그는 그 친구의 행동을 자신의 아내와 자녀들에게 시험삼아 해 보았다. 그게 적중했다. 존대 말을 쓰기 시작한 후 아내와 자녀들과의 관계가 그렇게 좋아질 수가 없다고 했다.


그 친구 왈, 자녀가 집에 늦게 들어왔을 때 “왜 이렇게 늦게 들어와!”할 것을 “왜 이렇게 집에 늦게 들어왔어요”하니 자연히 말의 톤이 올라가지 않고 내려가며 부드러워져 성질을 낼 수가 없었다고 한다. 전 같으면 소리를 버럭 질러 자녀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또 말로 싸움을 할텐데 그게 안되더라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 집안은 아버지가 아내와 자녀들
에게 경어를 쓴 후 5년이 되었는데 아주 평화로운 가정이 되었단다.

한인인 경우 아내와 자녀들에게 존대 말을 쓰는 경우는 흔치 않다. 반말을 써야 더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정의 화목을 위해서는 서로 존대 말을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풀잎처럼 연하다. 그 연한 마음을 상하게 하면 그 상처는 평생 간다. 시간과 장소를 가릴 줄 알고 분위기에 따라 좋은 말만 골라 쓴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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