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범죄 지능

2004-07-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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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일(취재부 부장대우)

미 연방수사국(FBI)이 한국-미국-남미행 항공편을 이용, 한국인들을 미국에 불법 입국시키는 새로운 수법을 발견하고 한인 알선책을 수배중이다.

9.11 사태 이후 캐나다와 멕시코 쪽 국경 수비가 강화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미국을 경유하는 남미행 여행객이 미국 비자 없이 미국땅에 도착할 수 있다는 허점을 이용한 것으로 이번 케이스 경우 한국에서 최종 목적지를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위장한 한국인이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한 뒤 뉴욕 JFK 공항을 경유해 도미니카로 향하는 비행기로 교체하면
서 이뤄진다.


새 수법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 기내에서 밀입국을 시도하는 한국인이 밀입국 알선책의 한인 공범과 좌석을 교체하고 그 한인의 신분으로 위장해 뉴욕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리는 것이다.

국내선으로 미국 합법체류자 신분을 제공하고 비행기에서만 내리면 입국수속도 없고 밀입국에 성공하는 것이다. 물론 기내에서 밀입국자와 신분을 바꿔치기한 한인은 동 비행기에서 내리지 않고 도미니카에 도착한 뒤 밀입국에 성공한 사람에게 넘겨준 신분증을 우편 또는 인편으로 돌려 받거나, 아니면 분실 신고 등으로 새 신분증을 만들어 미국으로 돌아간다. 마치 007 영화에서나 볼 듯한 수법이다.

이러한 ‘범죄 지능’은 미국에 이미 밀입국, 또는 합법 입국한 뒤 불법체류하는 한인들을 상대로 행해지는 사회보장번호, 운전면허증, 영주권 취득 수법에서도 마음껏 발휘된다.

이미 죽은 사람의 사회보장번호를 찾아내 사용토록 하게 하는가 하면 운전면허증 발급 규정이 허술한 지역 차량국을 전문적으로 찾아내 한인들을 모집, 집단으로 데려가 취득케도 한다.

문제는 이같이 취득한 ‘합법신분’은 종이쪽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후 일지라도 사전에 체류신분상의 범죄 사실이 적발되면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는 게 현 미국 이민법의 현실이다.

한인 밀입국 및 체류신분 범죄는 피해 당사자들만 울리는 것이 아니라 한인사회, 더 나가서는 한국도 망신시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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