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미동맹 균열 유감

2004-07-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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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희(뉴욕한국전참전 전우회장)

한국과 미국은 북한군의 불법 남침 때, 이들을 격퇴하고 자유와 민주평화를 지키기 위해 함께 싸운 혈맹이다. 북한이 중국을 혈맹이라고 부르듯이 한국에 있어서는 혈맹이 일본도 아니고 유엔 참전국도 아니고 오직 미국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미국은 한국전쟁 때 수많은 젊은 군인들을 전쟁터에 보내 고귀한 생명을 잃게 했다. 미군 전사자만 약 5만4천명이어었으며, 10만명의 부상자와 8,000명의 실종자를 냈다. 꽃다운 젊은이들이 자기 나라도 아니고 남의 나라에 와서 귀중한 생명을 잃었는데 그 미국이 고맙지 않다는 말인가.


또한 미국은 잿더미로 변한 남한에 많은 원조와 지원으로 빌딩을 새로 세워주고 공장을 다시 일으켜주어 오늘날 한국이 의식주 걱정 없이 잘 살게끔 만들어 주었는데 그 미국이 고맙지 않다는 말인가. 반미 친북 사상으로 좌경화 된 일부 한국국민들에게 묻고 싶다.

인간의 기본인 의식주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자기 나라 국민들을 굶어죽이고 있는 김정일 정권이 미국 보다 더 낫다는 말인가.

오늘날 한국의 일부 사회가 반미 친북 좌경화로 흐르고 있는 것은 김대중 정권에서 씨를 뿌린 것인데, 노무현 정권 역시 그 정체성이 희미하여 많은 국민이 의구심을 갖게끔 하고 있다. 급기야는 미국에게까지 불신감을 갖게 하여 ‘내년 말까지 미군 1만2,500명 철수’라는 카드를 내보이게끔 만들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이어 노무현 정부도 북한의 위협을 과소평가해 왔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북의 위협이 없는데 왜 미군이 주둔하느냐”라는 인식을 갖게끔 만들었다. 또 북에서 입버릇처럼 대남전략으로 선전하고 있는 “미 제국주의자들을 쫓아내고 한민족끼리 잘 해 봅시다. 그래서 우리끼리 힘 합쳐서 남북통일 합시다”라는 구호가 남한의 젊은이들에게 먹혀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동두천 여학생 미군 장갑차 사고가 났을 때 시위현장에서 시위대들이 성조기를 불태우는 장면이 미국 텔레비전과 신문에 보도되어 미국민들을 경악시켰으며 우리 재미동포들도 놀라고 심히 우려했었다.

그 우려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원하지 않는 나라에는 미군을 주둔시키지 않겠다”는 것이 부시행정부의 입장이다. 최근 미국이 미군 감축을 한국정부와 충분히 상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한-미간에 외교적인 대화 보다는 미국쪽에서 감정적으로 흐르는 면이 보인다.

한국정부는 놀란 나머지 “작년부터 주한미군 감축에 대해서 미국과 의논을 해 왔다” “철군 시기를 늦춰보겠다”는 등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얼마 전 모 라디오방송에서 ‘한국에서의 미군 철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고 물었는데 응답을 한 30명 중 26명이 철군을 절대 반대했다. 이들이 철군을 반대한 이유는 미군 1만2,500명이 빠지면 안보에 큰 영향이 생기며 그러한 불안한 나라에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는 얘기였다.

북한은 적화통일 의지가 하나도 변하지 않고 있는데 남한은 햇볕정책이다 뭐다 하면서 신기루같은 꿈을 국민에게 심어줌으로써 정신을 모두 해이하게 만들어 놓았다. 북한정권은 지금 자기네들의 대남 적화 전략이 먹혀들어가고 있다며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얼마전 뉴욕한인 한국전참전 전우회는 한국전 참전 미군 200명을 초청하여 기념행사와 만찬친선을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 한국전 참전 90명의 미군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6.25참전 유공자 메달을 전하면서 고마운 뜻을 표했다.이 자리에 참석한 70대, 80대 노병들은 모두들 백발이 성성했는데 이들의 한결같은 화제는 “안보의식이 점점 사라져가는 최근의 한국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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