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어의 올바른 이해

2004-07-13 (화)
크게 작게
김종율(교육학박사)

며칠 전 오피니언 칼럼에 한국말 어휘도 이제 영어사전에 실리고 있다는 글을 읽었다. 몇주 전에는 또 한국말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문화의 뿌리가 되는 이 언어가 세계에 널리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우리 말이나 한글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나간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고국을 떠나면 모두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자칫하면 사실과 다르게 과장하는 수가 있다. 예를들면 한국말은 음성이 다양하여 어떠한 소리도 낼 수 있다고 한다. 아마 이웃 일본어의 음소수가 한국어에 비해 적은 현상에서 일어난 것이라 본다.


우리 말은 형용사가 많아 어떠한 것도 잘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여러 사람들은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글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언급은 많은 설명이 필요하며 사실과는 먼 것이다.

한국어는 현재 약 7,000만 인구가 사용하고 있으며 현존하는 3,000여 언어 중 16번째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중요한 언어이다. 한국어는 우랄 알타이어계에 속한다고 가정하고 있으나 여러 언어학자들은 타 언어와 관계가 없는 독립된 언어라고 보고 있다.

이웃 중국은 나라는 통일되어 있지만 언어는 7개 내지 9개의 지방어로 갈라져 있어 서로 상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글은 비록 역사는 짧지만(1440년대) 학자들이 연구하여 만든 것으로 말소리를 그대로 나타내며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글이다.

이에 비해 세계 다른 언어는 상형문자(그림)로 시작하여 영어같은 알파벳이나 중국어처럼 음절에 뜻이 있는 문자로 발전해 나온 것이다. 중국어(한자)는 각 문자가 고유의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뜻을 빨리 이해할 수 있으나 그 많은 음절(한자)을 외워야 하는 부담이 있다. 한글은 적은 수의 음절로 되어 있어 알파벳 보다 읽기가 아주 편하다.

한국어는 여러 면에 효과적인 언어 특성을 가지고 있으나 그렇다고 그 언어 자체가 타 언어에 비해 우월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언어는 누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그 사회에서 자연히 관습적으로 생성된 것이다. 따라서 어떤 언어든 그것은 그 사회 구성원의 감정과 생각을 가장 잘 나타내는 어휘와 문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영어는 영어사용 민족에 에스키모는 에스키모 민족에, 그리고 한국어는 한민족에게 가장 적합한 언어 논리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보면 우리 음식에는 양념을 중요시 한다. 그래서 이 현상을 나타내기 위한 서술어가 많다(싱겁다, 고소하다, 덤덤하다). 그리고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우리사회이기에 상대방에 따라 어미가 달라진다(예:가라, 가게, 가세요, 가
십시다). 그리고 남녀 구분을 엄격히 한 관계로 호칭에 있어 오빠, 언니;형, 누나 등 말하는 사람의 성별에 따라 다른 호칭을 가지고 있다.

한국어에 단점이 있다면 그것은 어휘가 적다는 것이다. 그것도 거의 반이 중국어에서 유입된 것이다. 그래서 영어나 서구 언어를 번역할 때 어려움이 있다. 그 반면 영어는 ‘옥스포드’ 사전에 50만이 수록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어휘를 가지고 있다. 새로운 단어를 생성할 때 같은 뿌리를 가진 시구 언어들과 상호 보완할 수 있어 편리하다.

세계가 하나의 작은 지구촌으로 변해가면서 지배적인 문화의 언어가 다른 언어에 영향을 주는 현상을 본다. 영어의 ‘(비닐)하우스’ ‘보일러’ 등이 한국농촌에서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다. 일본어가 현재 외국어로 75개 미국 초등학교에서 2만8,000 학생이 배우고 있는 반면 한국어는 전무 상태이다. 이것은 일본어가 우리 말보다 우수해서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한국어가 이곳 사회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그냥 자랑하기 보다는 우리 문화와 모든 학문분야에 질적 향상이 앞서야 할 것이다. ‘아이고’가 다음 영어사전에 편입되기를 ‘오피니언’ 칼럼에서 잘 말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어휘가 우리 문화의 발전에 따라 영어사전에 수록될 것이다. 우리가 아는 독일 친구는 몇년 전 ‘아이고’라는 제목으로 영어책을 발간하였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