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역할과 배역

2004-07-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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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희(재미한인학교 동북부협의회 회장)

참 보람있고 가치있는 일은 그 일을 하는데 어렵고 힘이 들수록 그것을 아름답게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의 기쁨과 보람이 그것에 비례해서 커진다는 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지난 6월 19일과 26일 뉴욕과 뉴저지에서 두 번에 걸쳐 실시했던 2004년 한국학교 교사 연수회를 아름답게 마치고 이제 안도의 숨을 쉬면서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 본다.


한인학교 동북부지역협의회에서 주최하거나 후원하는 행사는 만만치 않게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미국 칼리지보드에서 치르는 SAT II 한국어시험에 대비하여 미 전지역의 한국학교에서 실시하는 ‘SAT II 한국어 모의고사’(재미한인학교협의회 주최), 우리 자녀들이 한국어를 배우면서 틈틈이 준비한 한국 전통문화의 얼이 담긴 작품을 발표하는 ‘어린이 예술제’, 한국학교 학생들에게 한국어는 영어로, 영어는 한국어로 번역하는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는 ‘한영·영한 번역대회’, 그리고 각 회원교에서 주최하는 ‘동화대회’ ‘동요대회’ ‘어린이 민속잔치’ ‘글짓기대회’ 등 많은 행사가 있지만 이 ‘교사연수회’야말로 그 중 가장 중요하고 보람있는 행사라 하겠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말은 교사의 질을 높여야 교육의 질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훌륭한 교사가 모이면 학생들의 실력이 향상되고 학교가 바로 세워지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우리는 이 연수회에서 여러 전문가들을 모시고 교육현장에서의 문제점과 새로운 교육방법, 효과적인 학습지도, 바람직한 학교 운영방안 등을 모색하여 교사의 질을 높이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예년보다 훨씬 더 많은 선생님들이 참가한 이번 연수회에서는 강의를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의 마음이 하나가 되었고 마주치는 눈빛마다 이심전심으로 통하게 되는 것은 어려운 길을 함께 걷는 연대감이며, 동지의식 같은 것이었다.

사실 처음부터 전공을 했거나 전직 교사로서 특별한 사명감을 가지고 교단에 서는 교사도 있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자기 자녀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야겠다고 한국학교에 데리고 왔다가 자신이 교사가 되어버린 경우도 적지 않다.

그들은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기에 멋 모르고 시작한 일이지만 막상 교단에 서 보니 교육현실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깨닫고 차마 발을 빼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는 선생님들도 많을 것
이다.

교육현장에서 그들이 얼마나 좌절했으며 몇 번이나 넘어졌을까. 또 시행착오는? 목마르고 갈급해 있는 사람들에게 한모금의 물을 주는 일,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는 일, 새로운 활력소를 주는 이 모든 일들도 얼마나 소중한 것들인가. 반짝이는 눈빛에서, 무엇인가 깊이 깨닫고 만족해하는 모습에서 그동안 힘들고 어려웠던 일은 눈 녹듯이 사라지고 이 일을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결심마저 하게 되는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 대계이며 그 나라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고 말하고 있고 특히 고국을 떠나 먼 타국땅에서 자라나는 우리 2세들에게 모국어와 한국문화 역사를 가르치어 정체성을 확립시켜 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소리 높여 외치고 있지만 우리 앞에 놓여진 어려운 상황,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 자리를 지키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하지만 연수회에 참석한 교사들은 분명히 그 자리를 지키는 역할과 배역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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