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뉴욕 한인사회가 이뤄낸 기적

2004-07-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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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준 <취재부 차장>

9.11 테러로 인해 에이즈의 창궐을 막지 못했다고 하는 월스트릿저널의 최근 기사는 다소 충격적이다.

테러 이후 각종 국제 현안에서 에이즈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나 에이즈 예방 및 치료 프로그램이 크게 후퇴해 지난해 사상 최대인 500만명이 에이즈를 유발하는 HIV에 감염됐다는 설명이다.


사실 테러가 일어난 후 지난 3년간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직간접 피해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8일에는 플러싱 메인스트릿 역에서 수상한 케이스가 발견돼 전철 운행이 중단되고 일대 교통이 마비되는 소동이 일어났다. 까다로운 공항 수속에서부터 특정 건물이나 경기장 등을 출입할 때면 으레 겪어야 하는 소지품 검사 등의 불편은 이제 일상이 됐다. 게다가 장기간에 걸친 테러와의 전쟁으로 정부 예산이 이 부분에 몰리면서 민생이나 복지와 관련한 재정 지출이 크게 삭감돼 이로 인한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와중에 지난 3년 가까이 정부 지원 없이 한인들의 힘으로 꾸려온 플러싱 경로센터는 뉴욕 한인들의 자랑거리임에 분명하다. 테러 직후인 2001년 10월 플러싱 지역에서 한인 노인들에게 무료 점심과 여가 선용을 위해 문을 연 경로센터는 하루 평균 100여명이 찾아오는 복지기관 역할을 해왔다. 출범 때만 해도 1년 정도면 정부로부터 승인과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테러로 아직까지 막연한 상태다.

임형빈 이사장은 지난해 2주년 기념식에서 한해 30만달러 가까운 예산이 소요되는 경로센터가 정부 지원 없이 운영되어 온 사실은 뉴욕 한인사회가 이뤄낸 하나의 기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한아름마트와 서울식품이 야채와 과일, 건어물 등 각종 식품류를 후원하고 있고 작은돌봉사회는 2년 넘게 쌀과 과일을 비롯해 매달 수천달러에 가까운 지원과 함께 지난해 6월 기금 모금 파티를 통해 2만달러를 기부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지난 8일에는 같은 목적의 자선 콘서트가 열려 정금연 뉴욕뉴스 발행인이 1만2,000달러를 경로센터에 쾌척하는 기분 좋은 소식을 한인 사회에 전했다.

테러 이후 뉴욕 사회 전체가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경로센터의 기적은 이처럼 어려움을 함께 나눠온 수많은 한인 독지가들의 노력에 의해 가능했다. 경로센터와 같은 ‘한인사회의 기적’이 계속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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