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부러움의 대상은 변한다

2004-07-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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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종교전문기자.목회학 박사>

부러움의 대상은 나이에 따라 변하는 것 같다. 어릴 때나 청소년기에는 조그만 것도 부러움의 대상이 되곤 한다. 키가 작은 학생은 키 큰 학생이 부러워진다.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공부 잘하는 학생이 부러워진다. 얼굴이 못생긴 학생은 잘생긴 얼굴이 부러워진다. 친구가 없는 학생은 친구 많은 학생을 부러워한다.

이렇듯 사춘기 때에는 조그마한 일에도 부러움을 갖게 된다. 부러움의 대상을 통해 나도 저 친구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혼자 부러워 할 때가 많다. 그나마 사춘기 때의 부러움은 순수하다. 순수하다 함은 그만큼 마음에 때가 묻지 않았음을 나타낸다. 때묻지 않은 마음의 부러움은 나이가 들며 수습된다.


사춘기가 지나고 인생을 조금 알게 되면 달라진다. 한국의 경우 남자는 군대 혹은 대학을, 여자도 대학 혹은 직장을 다니게 되면 부러움의 대상은 바뀌게 된다. 좋은 대학 좋은 과에 다니는 젊은이들. 혹은 어여쁜 여인과 데이트를 하는 젊은이. 멋있는 남자와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연인들을 보며 그들을 부러워하게 된다.

대학에 못간 젊은이들은 대학 배지를 달고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을 부러워하게 된다. 군대에 간 젊은이들은 좋은 곳에 배치를 받아 편하게 근무하는 군인들을 부러워하게 된다. 군대를 가지 않고 사회생활로 바로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게도 된다. 군대를 나오면 좋은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30세 전, 연인을 만나 연애를 할 때에는 사랑이 최상의 가치가 된다. 이 때에는 부러움의 대상은 다소 감소된다. 연애를 하면 눈에 보이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연인의 얼굴만 보이지, 더 이상의 부러움은 잠깐 접어두게 된다. 사랑은 장님을 만들기에 그렇다. 어떻게 하면 사랑하는 연인과 결혼을 할까하는 게 결혼 전 갖는 젊은이들의 주 관심사가 된다.

30대의 부러움은 결혼하여 든든한 직장에 다니며 승진을 하거나, 사업을 하는 친구들이 사업이 잘 되는 것이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자가용을 가진 30대들은 주말이면 가족과 같이 다닌다. 한국의 경우, 자가용이 없이 출퇴근 버스를 이용하는 30대들은 자가용을 가진 30대들이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다행히 미국은 자가용이 사치는 아니다. 10대와 20대도 자동차를 가질 수 있다. 자동차는 필수품이 된다. 자동차 없이 사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동차 가지고 살아도 그것은 부러움의 대상은 아니다. 어떤 자동차를 가지고 있냐가 부러움의 대상이 조금은 될 수 있을 것이다.

40대. 여기서부터 부러움의 대상은 다른 방향으로 거의 기울어진다.40대부터는 가정적으로 안정된 사람들을 부러워하게 된다. 사춘기 아이들이 아무 문제없이 자라 부모의 속을 애타게 하지 않는 가정. 고정수입이 있어 경제적으로 안정된 가정. 혹은 사업을 시작해 어느 정도 기반이 닦여 있는 가정. 조금씩 후원금을 내어도 수입과 지출에 차질이 없는 가정. 문화 생활을 어느 정도 영유하며 살아가는 가정들을 부러워하게 된다.

50대 부러움의 대상은 단연 성장한 자녀들 쪽으로 가게 된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 졸업한 후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친구들의 자녀들이 부러워지게 된다. 자녀들이 없는 사람들은 자녀가 있는 친구들이 부러워진다.


자녀들이 잘 되는 것을 자신의 자랑으로 여기게 되는 나이가 50대다. 어디를 가든 자녀가 있는 사람들은 자녀의 소식부터 서로 안부로 묻곤 한다.

60대와 70대의 부러움은 건강일 게다. 이 때는 건강한 노인들을 부러워하게 된다. 미국에선 65세가 되면 은퇴다. 66세부터 나라의 혜택을 받기에 그렇다. 세금을 낸 사람들은 세금 낸 것을 기본으로 나라로부터 복지혜택 연금을 받는다. 누가 얼마나 많이 받는 것이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돈보다도 건강이 더 앞서 관심의 대상이 될 게다.

80대에는 어떨까. 이 때까지, 자신의 키 작음과 얼굴 잘 못생김과 공부 못한 것과 친구 많은 것 등을 부러움의 대상으로 삼을 사람은 없을 게다. 무엇을 남기냐가 부러움의 대상이 될 것 같다. 그 남김 안에는 후손을 안겨준 자식과 자식들의 성공도 들어갈 수 있다. 자식에게 물려 줄 재산이 있고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는다면 더욱 부러움의 대상이 될 것이다.

90대에는 세상에 부러울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 같다. 철이 들면 부러울 것이 없을 텐데. 인생 90이 되어야 사람은 철이 드는 게 아닐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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