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3만달러로 흥정하는 플러싱한인회장

2004-07-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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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식(뉴욕지역 한인회연합회 사무총장)

플러싱한인회장에 입후보하려면 일단 3만달러를 내야 한다. 한인사회를 위한 진정한 봉사자는 일단 이 정도 금액을 기부해야 한다. 선관위가 쓰건, 무슨 일을 하는데 쓰건, 일단 한인사회 발전을 위해서 3만달러가 필요하다는 게 선관위의 얘기다. 3,000만달러를 써도 한인사회의 발전에 턱없이 부족할 터인데, 그런 한인사회를 이끌어 나갈 후보자의 자질은 나중 문제다.

플러싱한인회 제 20대 회장을 선출하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는 “플러싱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할 진정한 일꾼을 찾고 있다”면서 “플러싱 한인사회의 위상과 발전을 고려, 이사회를 통해 종전 1만달러였던 후보자의 공탁금을 3만달러로 올렸다”고 했다.


선관위는 3년 미만 거주자나 3만달러가 없으면 의욕과 능력을 겸비하지 못한 자로 판단, 이를 공개 선포한 것과 다를 바 없다.후보자 등록 마감도 불과 보름이 채 안되는 이 선거 공고는 참으로 어이없는 선관위의 횡포
와 오류가 아닐 수 없다.

얼마 전부터 플러싱한인회는 취지와는 별개로 회장 선출에 있어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지난 회기에는 암 선고를 받은 분을 회장으로 추대한 바 있는 석연찮은 선관위의 구성도 그러했다. 그 회장은 재임중 작고했고, 수석부회장의 당연한 승계는 본인의 고사로 인해 새로 선거를 치러야 할 형편이었다. 그러나 선관위 구성은 커녕, 소위 전직 회장이 포함된 인사들이 현 회장을 천거하는 형식으로 잔여 임기를 맡은 분이 현 회장이다.

플러싱은 인구밀도상으로 해외에서 가장 많은 한인동포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뉴욕한인회장 선거의 판가름도 이 곳에서 비롯된다. 플러싱 한인사회의 역사가 30년을 넘어섰고, 한인회의 창립도 자치회, 상인번영회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20년을 상회한다. 언제부터인가 플러싱한인회 선관위는 직접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전직 회장이 관여하는 이상한 관례가 방조
되어 왔다. 동포들이 한인회에 관심이 없는 것도 회장선출 자체부터 상식적 원칙과 회칙이 무시되는 무지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어느 인사는 선관위가 구성되기도 전에 현 회장과 동행하여 전직회장과 모임을 주도하고, 개별적으로 일일이 식사도 대접했다 한다. 현 회장까지 나선 사전 선거운동이다. 플러싱한인회가 진정으로 동포사회를 대변하기 위해서는 이런 망동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직회장이 선관위원에 끼어있고, 특정 후보가 이미 제시한 조건부 희사 금액이 공탁금으로 둔갑한 선거공고는 공정한 선관위의 자세로 볼 수 없고, 동포사회에 대한 모독이다.

진정 동포사회의 발전을 위한다면 누구든지 입후보할 수 있고 투표하여 적임자를 신중하게 선출하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선관위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이런 추세로 인해 회장후보자 부재현상이 팽배한 요즈음 한인사회와 회장 역할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선관위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

뉴욕한인회의 회장후보자 공탁금이 회관과 사무국 운영을 이유로 6만달러가 된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플러싱한인회가 갑자기 3만달러를 책정한 것도 더욱 그러하다. 각 보로의 지역한인들도 이제부터 회장 입후보에 공탁금을 올리는 사태가 날 지도 모른다.

한인사회를 위해 의욕과 능력을 겸비한 봉사자의 의미가 퇴색되어 실질적 실천능력과 정책 검증은 제쳐두고 우선 3만달러 개인 기부금과 3년 정도 이 지역에 적만 두면 되는 형편이다. 덧붙여 전직회장들과 친분만 쌓으면 된다.

한인사회를 위한 회장 보다는 특정 후보를 선출하는 선관위로 전락한 이 위험한 플러싱한인회, 누구 하나 지적하는 사람도 없고, 나서기 조차 꺼린다. 한인회가 회장입후보자의 기본 자질을 희사금으로 가늠하여 일시적으로 대체코자 하는 그릇된 운영 모순에서 이제 탈피할 때도 되었다. 회장을 지낸 인사들 중에는 그동안 돈 좀 썼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진정한 봉사자란 시간을 할애하고 자비를 털더라도 후회 않고, 보람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한인회는 회장 개인이 기금을 희사하는 자선단체가 아니며 감투를 위해 돈 쓰는 꼴이 되어서는 안된다. 아직도 난제가 그득한 플러싱한인회가 계획만 거창한 회관 건립, 사무운영비 등 이런 따위를 이유로 고작 3만달러의 인물에게 회장직을 내다 파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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