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미래를 설계하자.

2004-07-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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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열<취재부 차장대우>

기사마감을 끝낸 저녁 무렵. 느즈막히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오랜만에 듣는 청과업소 사장의 목소리. 그는 반가운 인사가 끝내기 무섭게 그간의 속 앓이를 30분 이상이나 털어놓았다.

신문·방송에선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데 도대체 실물 경기는 언제나 풀리는 겁니까? 이제는 어찌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하루종일 일하고 자금 구하러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보지만 고사 직전입니다. 그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6개월이나 밀린 렌트 때문에 다음달이면 쫓겨날 판인데 자금 융통도 그렇고... 그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결국 조만간 소주 한잔을 기약하며 전화를 끊어야 했다.

경제 불황이 지속되면서 한인 자영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렌트비용, 판매, 자금융통 등등 어느 하나 원활한 것이 없다. 수년동안 이어져 온 불황으로 끝내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고 있는 주변의 업소들을 보면서 상인들은 혹시 우리 업소도.라는 불안함을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루도 ‘쉬운’ 날이 없기는 모든 업소나 회사가 마찬가지겠지만 유독 한인 상인들이 지금의 경기침체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대형 자본을 앞세운 주류 대기업들은 대형화, 고급화 바람을 몰아치며 수년 전까지만 해도 한인 상인들이 주도해오던 중·저 소득층 시장 영역마저도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 아랍계 등 타민족 소수계 상인들도 특유의 가격 경쟁력을 이용한 상술로 그런대로 불황을 견뎌내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같은 원인이 어디 있냐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한인 상인들의 경쟁력 개발 노력 부재’라고 지적하고 있다. 급변해 가는 시장환경에 한인상인들의 대처는 그동안 전무했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시대에 부응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자에게 미래의 보장은 없기 마련이다. 속앓이는 이제 그만 접고 모두가 머리를 모아 미래를 설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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