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서울은 누구의 것인가

2004-07-06 (화)
크게 작게
김주찬(취재부 차장)

‘우리가 한국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자신이 살았던 지역을 기억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한국에 있을 당시 사귀었던, 함께 어울렸던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부분이 더 많다.다시 말해 단순히 살던 곳의 경치보다는 당시 그곳에서 얽힌 가족 및 친지와의 기억, 어울렸던 친구와의 추억, 함께 나눴던 음식 등이 다시 보고싶은 마음을 ‘그리워한다’고 표현한다.

기자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서울이란 다른 지역에 비해 애향심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곳이다. 어디가든 고향이 서울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부모의 고향을 따라가야 하는 한국 관습 때문이다.


그렇지만 서울이 내 고향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 별로 불만이 없다. 내가 서울에서 살던 기억과 추억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여튼 서울은 나에게 마음속 고향이다.

요즘 이명박 서울시장이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고 해서 시끄럽다. 기독교 장로라는 신분이 아닌 서울특별시장의 자격으로 봉헌한다고 했다.
정치적인 속내를 떠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누구 마음대로’였다. 두 번째는 ‘무슨 자격으로’다.

그의 개인적인 종교와 그 신심은 존중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물건도 아닌 서울을 마음대로 봉헌하면 시장 바뀐 뒤에 불교 신자인 시장이 다시 부처님께 드리면 어찌되나.

유대인인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세계의 수도인 뉴욕을 유대교의 야훼에게 봉헌한다면 또 어떻게 될까.종교가 ‘공과 사’를 얽히게 하면 불행해진다. 그가 맘대로 봉헌한다고 서울이 어디 도망가는 것은 아니겠지만 서울은 그냥 서울시민에게 돌려주면 좋겠다.

내 마음속의 서울도 종교 도시가 아닌 그냥 모든 사람들의 서울이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