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틴 에이저 키우기

2004-07-0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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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륭웅(공학박사)

자원봉사 통역을 하면서 겪은 일이다. 부모 말 잘 듣고 모범생이었던 고등학교 1학년의 딸아이가 몇달 전 남자친구를 사귀면서 학교도 가지 않아 유급의 지경에 이르렀다. 또 다른 여학생은 아예 집을 나가 급우 집에 머물렀는데 이 학생도 모범생이었다.

많은 부모들은 틴에이저의 많은 행동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청소년들의 ‘이유없는 반항’에 실은 이유가 있다는 것인데 최근 타임지의 보고 내용을 소개한다.


미 국립정신병 연구실의 기드 박사는 지난 13년간 1,800명의 틴에이저 두뇌활동을 고단위 MRI를 통하여 연구해 왔다. 이 연구가 있기 전에는 하버드, 몬트리올 연구소 및 다른 많은 과학자들은 틴에이저가 12살이 되면 두뇌 발달이 완성되는 것으로 믿어왔다. 두뇌의 크기가 다 자랄 뿐 아니라 인지능력도 12살에 최고가 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기드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12살 이후에도 두뇌는 계속 발달하고 아마도 이것은 25살까지 계속된다고 한다. 틴에이저들의 두뇌 발달을 연구해 온 과학자들이 그간 밝혀온 바로는
■ 정서불안, 위험한 행동, 규정 무시, 무분별한 성관계, 마약 복용, 록앤롤 음악 심취, 범죄,
자살, 정신분열증 등은 호르몬의 과다분비 및 인지능력의 부족 때문이다. 이것은 ‘계속되는’ 두뇌 발달과 관계가 있다.

■두뇌발달-어린이가 6살이 되면 두뇌는 성인 크기의 90~95%가 되고 임신 3~6개월 사이에 두뇌세포의 밀도가 최고에 달한다. 임신 말기엔 필요없는 뇌세포가 잘려져 나간다(전지). 자폐증은 전지가 과도하거나 덜 되어서 생기는 것으로 보여진다(태아 관리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부분이다).

■틴에이저의 후반기에 전지가 다시 한번 일어나는데 인지능력과 판단을 관장하는 신경세포는 6~12살 사이에 크게 자란다. 동기를 유발하는 뇌의 도파민 물질이 틴에이저 때 왕성히 분비되어 앞서 말한 행동의 동기를 유발한다. 두뇌는 대략 25세에 성장이 완료되므로 이 때까지 청소년들의 위험한 행동은 계속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학자들은 청소년 범죄를 성인범죄로 다스리지 말기를 권하며 미국 변호사협회는 작년 틴에이저에게 ‘사회 및 생물학적’인 이유로 사형선고를 하지 말기를 재촉하였다.

부모님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부모가 알아야 할 자녀교육의 10가지 원칙’을 쓴 템플대의 심리학 교수인 스타인버그씨는 청소년 교육에 대한 최근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7가지를 제시한다.

1. 부모가 자식의 일에 관여하라 - 많은 부모들은 자식이 틴에이저가 되면 부모로서 할 일이 없어진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틴에이저가 건강히 자랄 수 있도록 사회생활, 학교생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함께’ 의논하고 토론해야 한다.


2. 부모의 사랑은 넘칠 수가 없다 - 칭찬과 자식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데 주저하지 말라.

3. 자식의 일에 관여하라 - 학교 행사에 참여하고 자식의 친구들과 알고 지내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4. 자식이 커가면서 부모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 - 아이들의 인지능력이 커지므로 부모도 그에 맞춰 지도하고 조언해야 한다. 어릴 때의 방식은 자식에게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

5. 한계를 정하라 - 공정하게 하고 자식이 하지 않아야 될 사항은 엄격히 한계를 정한다.

6. 독립심을 키워라 - 자식이 독립심을 갖도록 ‘심리적인 여유’를 준다.

7. 부모의 결정을 자녀들에게 설명하라 - 부모의 결정은 명확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부모가 하라니까 해야된다는 식은 안된다.

옛부터 ‘자식 농사’라고 했다. 농사는 쏟아부은 노력만큼 거둔다. 자식도 마찬가지다. 세월이 지나고 보면 자식 농사처럼 귀중한 것도 없다. 자식이 자기 밥벌이 못하고 평균도 못될 때, 이 세상의 모든 재물, 명예도 소용없다고 믿는다. 돈 못 벌더라도 자식에게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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