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무리한 요구일까?

2004-06-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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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특집부 차장대우)

사람의 식성만큼 다양한 것이 또 있을까? 한 접시에 담긴 같은 이름의 요리라도 사람에 따라 짜거나 매운 맛 또는 시거나 단맛 등 각기 선호도가 천차만별인지라 어떤 이에게는 맛있는 음식이 또 다른 이에게는 그저 그런 음식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 한식문화의 기본을 이루는 김치를 보더라도 양념의 맛은 물론이고 익은 김치나 신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갓 담근 생김치를 좋아하는 이들도 있다.


기자 역시 어릴 때부터 익었거나 신 김치보다는 늘 생김치를 즐겨먹었다. 김치를 담그는 날이면 김치 버무리는 통 옆에 쪼그리고 앉아 눈치껏 배춧잎을 뜯어 양념에 싸먹는 재미가 아주 그만이었다. 일단 김치가 익거나 시어지면 손도 대지 않았을 정도다.

지금은 식구도 적고 바쁘다는 핑계로 김치를 직접 담가먹는 일은 일년에 한 두 번 남짓이다. 덕분에 한인마켓을 찾아 이미 담아 놓은 김치를 자주 구입하게 된다. 하지만 김치 섹션을 찾을 때마다 매번 접하게 되는 고민이 한 가지 있다. 어떤 김치가 덜 익은 김치인지 대충 눈짐작만으로 판단해서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치제조업체에 한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이 바로 김치 담근 날짜를 김치통에 표시해두는 것이다.

물론 “김치를 담가 냉장고에 보관, 판매하기 때문에 익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아 큰 차이가 없으니 굳이 제조일을 표기해야 할 필요가 있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마켓에서 파는 포장제품에는 반드시 제조연월일이 표시돼 있다. 포장육도 내용물을 언제 포장했는지 적혀 있게 마련이고 직접 만들어 낱개 판매하는 반찬통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유독 김치통에만 제조일 표기가 없다. 혹시 기자의 세심함이 부족해서인지는 몰라도 아무리 찾아봐도 아직까지 제조일이 적혀 있는 김치통은 보지 못했다. 잠자는 것 다음으로 인간이 살면서 즐기는 기쁨이 바로 `먹는 일’이라는데 관련 법규는 아는바 없지만 생김치 좋아하는 기자 같은 사람들을 위해 김치제조일을 꼭 표기해달라고 한다면 너무 무리한 요구
일까?

더불어 유통업체들은 제조연월일이 찍혀 있어야 할 부분 바로 위에 성분표시가 적힌 스티커를 붙여 놓아 소비자가 유통기한을 확인하기 어렵게 만드는 일은 부디 없었으면 한다. 라면이나 통조림 등은 물건 구입 후 금새 소비하지 않고 보관하는 경우도 많아 유통기한이 임박한 오래된 제고품은 그리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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