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충무공 동상을 한 번 보라

2004-06-2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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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부 차장)

만약 기자가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이 있었더라면 3년 전 한국 광화문 네거리 앞에 양초 가게를 열었으리라...

이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국민행사’가 돼버린 광화문 앞 대규모 촛불시위는 지난 2002년 경기도에서 여중생 2명이 미군 장갑차에 치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시작됐다. 그 후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사태에서부터 최근 김선일씨 참수 사건에 이르기까지 서울 시민들의 촛불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광화문 앞에는 촛불시위를 벌이는 시위자 대부분의 표적인 미 대사관이 위치해 있지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동상도 세워져 있다. 세종대왕과 더불어 우리나라 역사의 가장 존경받는 위인인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대규모 촛불시위 장소 앞에 세워져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닉하게 느껴진다.

촛불시위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시위자들은 ‘나라사랑’을 자부한다. 나라를 사랑하기 때문에 직장과 가사를 접어두고 너나 나나 촛불을 태운단다.

나라를 사랑하기 때문에 무릎에서 느껴지는 뼈아픈 진통도 참아가며 몇 시간을 양반다리하고 앉아 촛불을 들고 있단다. 이들의 나라사랑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촛불시위가 나라를 위한 진정한 행사가 아니라 한 시대의 단순한 ‘유행’으로 전락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훌라후프, 트위스트, 미니 스커트, 스카이 콩콩 같은 ‘유행’ 말이다.

생각해보면 촛불시위 만큼 비효과적이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문제 해결 방법도 드물다. 단식투쟁, 삭발투쟁을 빼놓고는...

충무공은 조선의 후손들에게 자유를 물려주기 위해 거북선에 몸을 실었다. 관중심리에 휩쓸려 나라를 위해 과연 무엇이 진정한 사랑인지 착각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광화문 앞을 지키는 충무공의 동상을 우러러보길 권유하고 싶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정작 남겨줄 것이 촛불시위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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