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김선일 비하사건, 그냥 넘길 수 없다

2004-06-29 (화)
크게 작게
김선일씨의 피살사건으로 인해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가 애도와 비통의 분위기에 휩싸여 있는 이 때 미국의 한 주류방송에서 죽은 김씨를 웃음거리로 삼아 방송했다는 소식은 우리에게 충격을 넘어 분노를 금치 못하게 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TV와 라디오로 방송되는 MSNBC방송은 아침 쇼 프로그램에서 김씨가 인질로 잡혀있는 상태에서 살고 싶다고 절규하는 장면을 방영하면서 진행자가 김씨를 바보스러운 사람으로 묘사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미국의 주류방송이나 한국의 방송에서 한인이나 재미한인을 비하하는 내용을 방영하여 물의를 빚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사건들은 이번 김씨 사건과 비교할 정도가 되지 못한다. 김씨의 죽음에 대하여 한국민은 물론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과 부시대통령을 비롯, 자유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가슴 아파했고 아랍세계에서 조차 애도가 끊이지 않았다.


김씨의 죽음을 비하하거나 웃을 수 있는 일은 김씨를 죽인 테러리스트나 할 수 있는 일이다.더우기 김씨의 죽음은 한국이 미국을 도와 이라크에 파병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이러한 사태에 대하여 양식있는 미국의 방송이라면 슬픔을 나누는 일에 동참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살고싶다고 절규하는 그를 바보처럼 비아냥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면 그 정신상태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도저히 묵과해서는 안될 중대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그냥 넘겨버려서는 결코 안된다. 우선 MSNBC의 방송 내용이 어떤 것인지를 파악하여 진상부터 알아야 한다. 방송 내용이 김씨를 얼마나, 또 어떻게 비하했는지를 밝혀내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이 문제를 조사하여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인의 권익을 옹호한다는 뉴욕의 한인단체들이 앞장서야 한다. 이 문제는 뉴욕의 단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미주의 전 한인사회가 함께 들고 일어나야 하는 문제이다.

한인단체들 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된다. 지금 한국에서는 외교부가 이라크에서 김선일씨의 피납과정에 적절히 대처했는지의 여부에 관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데도 한국정부기관이 수수방관한다면 또 한 번 질타의 대상이 될 것이다. 미국내 한국영사관은 물론 대사관도 MSNBC의 방송 내용을 파악하여 상응조치를 강구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