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이런 참극 어디까지 가나

2004-06-2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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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지구촌은 요즘 온통 인간의 잔학한 모습으로 마치 벌집 쑤셔놓은 듯 하다. 평화와 안녕 보다는 참혹하고 처절한 인간간의 다툼과 살육, 서로 죽고 죽이는 잔인한 광경들이 재연되고 있어 제정신 가지고는 도무지 살기가 두려울 지경이다. 9.11테러에 대한 공포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이라크 전쟁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를 짓누르더니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인간으로서 차마 상상도 할 수 없는 끔찍한 살해행위가 연달아 자행되고 있다.

이라크 강경분자들에 의해 미군 두 명이 목이 잘리는 참수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제는 죄 없는 한국인 민간인까지 살해되는 비극이 벌어졌다. 그것도 온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 뿐인가. 지금 또 다시 문제의 이라크 강경파 무장단체들은 미 해병 한 명과 파키스탄인 한 명, 터키인 3명을 납치, 살해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들에게 잡
혔다고 하면 모두가 다 목이 잘리는 참극을 당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들 극렬 분자들이 또 어떤 형태로 피랍자들의 목숨을 앗아갈 지 전율을 느낀다.


공개된 김선일씨의 참수장면을 보면 이들의 살해수법이 얼마나 잔인한지 경악할 지경이라 한다. 인간의 잔학함과 잔혹성에 대해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끔찍한 살해장면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이 참혹한 광경에 대한 여파를 우려, 웹사이트에 떠오른 김씨의 참수장면에 대한 동영상유포를 차단시키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앞으로 이런 비극은 또 얼마나 계속될지 우리는 예측하기 어렵다. 참극을 당한 국가와 민족들의 또다른 복수전으로 이런 비극적 참상은 더욱 끔찍하고 잔혹한 형태로 이어지면서 더 많은 피와 재앙을 부를 공산이 짙기 때문이다.

인간의 잔혹해진 심성과 고도로 발달된 과학문명의 이용으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인명이 희생될지 공포감이 앞선다. 어쩌다 지구촌이 이렇게 되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서로 돕고 사랑하고 이해하고 협조하고 화합하며 살려는 상생(相生)의 원칙보다 상대방을 죽이더라도 내가 더 많이 쟁취하고 내가 더 강자가 되고 내가 상대방보다 더 많은 힘을 가지려는 데서
생겨난 결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상생이 아닌, 상사(相死)에서 나온 행위는 결국 죄를 낳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사망을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요, 눈은 눈’이라고 칼을 쓴 사람은 결국 칼로 망하고 총으로 이긴 사람은 결국 총으로 망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귀결이다. 성경에서도 말하듯 ‘악의 씨는 죄를 낳고 죄는 곧 사망을 낳는다’는 구절처럼 결국 상생하지 않는 민족이나 국가는 상사, 즉 서로간에 피를 보게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개인이나 이웃, 가정이나 집단, 사회도 구성원들끼리 서로 돕
고 공존하지 않으면 결국 모두가 다 망하거나 파멸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심지어 국가간에도 서로 사는 방식을 취하지 않으면 지구촌의 평화는 기대할 수 없다.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공존의 세계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서로의 특성을 살려 다같이 어우려져 살아야 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강자의 경우 약자를 무시하거나 비난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을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써서 봐주고, 있는 자는 없는 자를 따뜻하게 보살피고 배려할 때 쌍방간에 화합과 평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렇듯 하다못해 자연에서도 상생의 원칙이 존재한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도 상생의 원칙이 깨지면 공해가 생기게 되고 인간은 파괴된 대자연의 질서 속에서 질식하게 되어 있다. 그런 원칙을 무시하고 인간은 자연을 함부로 훼손하고 파괴하고 더러운 물질을 방출해 오염시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자연은 물론, 인간도 같이 죽는 상사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당장 우리 인간의 생활에서도 상생
하지 못해 생기는 파멸은 상대를 죽이고 나만 혼자 살기 위해 벌이는 업소간의 출혈경쟁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더불어 사는 것만이 서로가 살길’이라는 명백한 교훈을 잊음으로써 얻는 결과임은 불 보듯 뻔한 것이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독선은 결국 복수심을 유발시키고 마침내는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너를 죽이고야 말겠다’는 ‘너 죽고 나 죽기’ 식의 극단적인 악행을 초래한다. 이라크 극렬분자들이 요즘 자행하는 정신병적인 잔인함을 보면 인간의 잔학함이 어디까지 갈지 정말 두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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