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선일 사건을 승화시키자

2004-06-2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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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옥(플러싱)

억울하게 당했다. 청년 김선일은 웅대한 포부를 품고 사회의 첫 발을 디디고 해외에 진출했다가 이라크 극렬분자들에 의해 참변을 당했다. 본인에 대한 애도는 물론, 그 부모에 대한 위로도 표현할 길이 없다. 억울하고 하늘이 무너질 것만 같고 기가 막힐 뿐이다.

우리로서는 명복만 기원할 따름이며 부모에게 위로라도 되는 방도가 있으면 기꺼이 해주고 싶은 심경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원통하다.그때 같이 동행했던 외국인 계약업자도 수 명 피납되었다는 보도가 있는데 그 사람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는지, 미국인이 납치되어 결국 목이 잘려 죽음을 당한지가 오래 전도 아닌데 이제는 한국인까지 당하니 이라크 전쟁은 이제 이웃나라 일이 아니다. 그렇게 생죽음을 당한 사람들에게도 사랑하는 어머니 아버지가 있다. 그 부모의 아픔이 얼마나 크겠는가.


이번 김선일씨가 당한 참사는 6.25사변을 다시 생생하게 떠오르게 한다. 반세기 전의 6.25가 마치 어제 일만 같다. 그 때 얼마나 많은 꽃다운 젊은이들이 죽어갔을까? 남쪽은 남쪽대로, 북쪽은 북쪽대로 의용군, 청년대, 방위대 하면서 힘 없고 철 없는 시골 아이들이 얼마나 많이 소집, 징집되었고 강제 연행되어 어디로 끌려갔는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생사도 모르고 50여년이 지났다.

죽었으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 알려주는 사람 하나 없고 문의할 상대도 없는 현실이 우리나라이다. 후손들이 죽은자에 대한 제사도 올바르게 못 지내고 있는 사람들이 수백만명 될 것이다. 생사불명, 행방불명의 자녀들을 둔 집들이 얼마나 많을까. 참으로 비극이다.

뉴욕 맨하탄 최남쪽 배터리팍에는 한국전기념 참전비가 세워져 있다. 이곳에는 6.25에 참전했던 나라들의 국기와 참전 인원이 새겨져 있는데 그 중 몇 사람이나 살아서 집으로 돌아왔을까? 그들에게도 다 부모가 있다. 듣지도 못해봤고 알지도 못한 코리아에서 이유도 잘 모르고 싸우다가 전사한 군인들의 어머니들, 얼마나 안타까워 울었을까.

피살된 김선일씨의 부모도 통곡하고 있는 모습이 뉴욕타임스 첫장에 실린 것을 보니 참전국의 전사자들 부모의 모습이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이 간다.

테러는 명분이 어떻든 무서운 것이다. 테러분자들은 신의 계시를 받고 자기 믿음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바치는, 일종의 순교자가 행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가해자는 죄악감을 전혀 못 느낀다고 한다.

‘알라신’ 외에는 신이 없고 모하메트만이 예언자라고 믿고 사는 이슬람교 신자들, 이라크, 이란, 사우디 아라비아 등 걸프만 대소 국가들을 합치면 인구가 약 8천만명이라고 한다. 이들에게는 국경도, 문화권도 없고 자기들만의 종교만 있을 뿐이다. 그들의 종교전쟁은 그 끝이 없고 싸움 자체가 생활화 되어 있다.

이번 김선일씨의 죽음은 또 하나의 반미데모의 구실이 될까 우려된다. 그 부모들이 정신 차려 나서서 이라크에서 비참하게 생죽음을 당한 부모들, 특히 어머니들과 의사소통을 하여 인도적이고 모성애를 기반으로 연결을 맺고 가해 테러단체와 접촉할 방도를 모색해 주면 지금은 고인이 된 아들도 안도하고 맺힌 한을 저 세상에서나마 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고 김선일씨와 같은 비극을 막으려면 세상에서 전쟁은 없어져야 한다.고인이 된 김선일씨의 명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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