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2004-06-25 (금)
크게 작게
이민수 <취재부 부장대우>

이라크 저항세력에 의해 피랍, 끝내 살해된 고 김선일씨 추모 물결이 뉴욕에도 이어지고 있다.무사히 살아 돌아올 것을 기도하기는 비단 한국의 한국인 뿐 아니라 뉴욕을 포함한 전 세계에 퍼져있는 한민족은 물론 이 소식을 접한 모든 이들이었을 것이다.

김선일씨가 참수된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가 행방불명된 정확한 날짜와 그동안 한국 정부의 무능과 소심한 대응책에 대한 질타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더구나 고 김선일씨의 피랍 소식이 알려진 것은 지난주가 아니라 4주전인 5월31일이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한국 정부에 대한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국민을 위해 해외에 파견돼 있는 외교관들과 한 사람의 고귀한 생명을 무시한 채 결정된 정책만 추진하는 답답한 한국정부의 대응책에 우리는 더욱 큰 실망을 안았다.


이미 이라크에서는 납치 소문이 자자했으며 AP 통신도 한국 외교통상부에 한국인 실종 여부를 이달 초 문의했다고 한다. 바그다그의 주 이라크 한국대사관은 이라크 체류 교민들에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주의상황과 안전수칙을 이메일로 발송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외교통상부는 AP통신측의 피랍 비디오 테이프와 관련 누구와 통해했는지를 밝히라며 이를 거부할 경우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하고만 있다. 바그다그는 뉴욕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한국보다 더 먼 거리에 있다. 하지만 해외에 거주하는 우리는 한 핏줄을 가진 개인이 당한 희생을 지난 일이라고만 접어 둘 수만은 없다.

만약 이같은 사태가 이곳 뉴욕시 한 복판에서 벌어졌다고 가정해보자.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줄 의무가 있는 뉴욕총영사관이 우리의 안전을 100% 보장해 줄 수 있을까. 우리가 잘 아는 한 사람이 납치됐다고 했을 때 총영사관은 그 소식이 어디서부터 나왔는지 앞장서 수소문할까.

미국 공휴일도 휴업, 한국 공휴일도 휴업하는 편안한(?) 총영사관 업무 진행을 보아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한인들이 더 늘어날 것만 같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