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참전 노병의 감회

2004-06-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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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희(뉴욕 한국전참전 전우회장)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 북한 공산군은 소련제 탱크와 야포 및 기관총, 따발총으로 중무장하고 고요히 잠들고 있는 대한민국을 기습 남침하였다.

편안하게 일요일 휴가중이던 국군들은 속속 귀대하여 총을 들고 괴뢰군의 남침에 대항해서 싸웠으나 탱크를 앞세우고 진격해 오는 괴뢰군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전쟁무기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남한의 국군은 해방 후 5년간 적화통일을 위해 전쟁무기 준비와 남침 전략을 치밀하게 짜고 군대를 훈련시켜 온 김일성 도당 괴뢰군의 적수가 되지 못하였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형국이었다.

괴뢰군은 남침 4일만에 서울을 점령하였고 이어서 대전을 점령하였다. 전쟁 초기에 남한은 괴뢰군의 밀물같은 공세로 대구와 부산 일원을 제외한 전 국토가 공산군에 의해 점령되었다.

당시 중학교 졸업반이던 필자는 학도병으로 소집 입대하여 총 쏘는 방법만 겨우 훈련받고 전선으로 배치되었다. 작렬하는 포탄과 빗발치는 총탄 속에서 사선을 넘나들던 필자는 밀고 밀리는 임진강 전투에서 총상을 입고 후송병원으로 이송되어 수술을 받고 살아남게 되었다.

당시 함께 싸우던 많은 전우들이 젊은 나이에 전사하였으며 많은 군인들이 부상을 입고 피를 흘렸다. 지금까지도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전상자들이 꽤 많다.

유엔은 북한의 군사행위를 침략행위로 규정하고 유엔군의 파병을 결정하였다. 그리하여 미군을 중심으로 한 유엔군이 참전하게 되었고 인천 상륙을 계기로 하여 전세를 일시에 뒤집어 서울을 탈환하고 평양, 신의주를 거쳐 압록강 유역까지 쳐 올라가게 되었다.

드디어 남북통일을 하는가 했더니 중공군의 개입으로 전세 상황은 반전이 되어 국군을 비롯, 유엔군은 다시 남으로 총 퇴각하게 되었다. 유엔군은 오산 근처까지 후퇴했다가 다시 반격하고 서울을 수복한 뒤 철원까지 다시 쳐 올라가 교전상태가 지속되던 중 휴전협상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결국 1953년 7월 27일에 휴전협정이 체결되었다.

1년3개월에 걸친 동족상잔의 이 비극적인 전쟁으로 인하여 남한의 민간인 피해는 사망 약 24만5,000명, 실종 약 30만3,000명, 피랍 약 8만5,000명, 부상 약 23만명, 피살 약 13만명이었다. 국군 희생자는 전사 약 15만명, 부상 약 72만명, 실종 약 13만명, 북송포로 약 5만2,000명이었다. 이와 같은 인명 피해와 더불어 1,000만 이산가족이 생겨났으며 남북의 전 국토는
폐허가 되었다.


한편 미군은 약 5만4,000명의 전사자와 10만명의 부상자, 8,000명의 실종자를 냈다.미국은 대한민국을 공산주의자들로부터 지켜내고 자유민주국가로서 보호하기 위해 수많은 군인을 파병하여 고귀한 생명을 희생했다. 적화통일 직전에 한국을 구출해준 미국은 전후 복구와 경제적인 지원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국의 대열에 서게끔 뒷받침을 해 주었다.

미국을 위시한 유엔 21개국의 도움과 희생이 없었더라면 오늘날 남한의 풍요로움이 있었겠는가? 그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 할텐데 최근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반미 친북 경향으로 흐르는 것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6.25동란 때 우리가 피를 흘리며 싸워서 쟁취한 자유민주주의가 헛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6.25 당시 만일 북한의 남침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유엔군이 신속히 파병되지 않았더라면 한반도는 적화가 되었을 것이고 남한 국민은 지금까지 50년간 김일성 부자의 독재와 압제 속에서 신음하고 굶주린 생활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소름이 끼친다. 인민을 탄압하고 인권을 유린하며 핵무기로써 세계를 위협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독재국가인 북한의 김정일 도당은 인간의 기본권인 식량문제까지도 해결하지 못하고 수백만명의 인민을 굶어 죽이고 있다.

아직도 북한에는 500여명의 국군포로가 생존해 있다고 한다. 이들은 강제수용소인 탄광에서 고생하고 있다고 탈북 국군포로는 전하고 있다. 그런데도 남한의 무심한 대통령은 북쪽에 퍼주기만 하고 단 1명의 국군포로도 귀환시키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54년 전 사선을 넘나들며 용감히 싸웠던 국군용사들은 이제 백발이 성성하게 되었고 그 중 많은 수가 유명을 달리 하였다. 오늘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한국전쟁이 과거 역사의 한 페이지로 지나칠지는 몰라도 우리 노병들에게는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잊혀지면 안 되는’ 전쟁인 것이다.
한국전쟁 발발 54주년을 맞이하여 오늘의 젊은이들은 자유민주국가를 지키기 위해 싸웠으며 잿더미 위에서 오늘날의 부강한 한국을 세우기 위해 피나는 고생을 한 아버지 세대를 이해하고 지금도 아직까지 남침 아욕을 버리지 않고 있는 김정일 정권의 적화통일의 꿈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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