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삼성’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2004-06-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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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영(보스턴)

영어의 이미지(Image)와 마술(Magic)은 같은 어원에서 시작되었다고는 하나 그 뜻은 다르다. 일반적으로 이미지의 어원은 사람들에게 잘 보여주면서 관심이나 시선을 끌어모아 스스로를 선하게 나타내 보려는 과시욕이 내포된 뜻이기도 하다. 때문에 사람들은 현재의 순간을 이미지로 붙잡아두기 위해 사진이나 그밖의 기록으로 남기기를 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 이미지에는 특정 개인의 이상이나 기업의 상품 선전, 기업 홍보가 목적이 되는 이미지와 국가나 사회 공동체를 위한 이미지 관리와는 구분된다. 쉬운 말로 내 돈 내고 내가 관리하는 방식에 누가 이래라 저래라 말할 수 있느냐고 자기 위주의 포장술로 이미지 관리를 내세운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개인이건 기업이건 간에 나라의 명예와 공동체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련되는 행사를 지원하고 참여할 땐 나라와 내 공동체의 이미지를 실추해서는 더욱 안된다. 나라와 공동체의 이미지를 무시해버린다면 기업이나 개인은 국적 없는 미아가 되어 이미지 따위는 존재할 수 없다.

우리 한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뉴욕에선 2004년 아테네올림픽 성화봉송 릴레이 행사가 미국의 코카콜라사와 한국의 삼성이 후원자로 선정되면서 오는 19일 뉴욕 일원에서 성화봉송 행사가 펼쳐진다고 한다. 그런데 릴레이 행사에 뉴욕지역 한인동포들은 철저히 배제한 채 후원업체인 삼성전자 임원 몇 사람이 성화봉송 주자로 선정되는 일로 인해 뉴욕동포사회가 반
발하고 있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성화 봉송 주최측인 뉴욕시 관계자의 발표에 따르면 총 주자 110명 가운데 한국인은 삼성전자 오동진 부사장과 삼성 디지털 미디어 최지성 총괄국장(본국 거주), 신정수씨 등 3인이 주자로 선정되었다고 발표하고 있다. 특히 성화봉송 주자 발표 회견장엔 중국, 일본, 아랍, 남미, 유럽계 출신 성화 주자들은 있었으나 후원국인 한국인은 한 사람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데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가관스럽기는 삼성측이 후원을 하면서 오동진 부사장, 최지성 사장 등 경영진과 미주류사회 인사 30여명을 주자로 선발하면서 뉴욕한인들은 한 사람도 선정치 않았다는 데 있다. 삼성측이 미주류사회 인사 30여명을 주자로 선정하면서 한인공동체를 대표하는 뉴욕한인회나 체육회와 같은 단체를 배제한 채 삼성 단독으로 미국내 유명인사를 선정한 이유는 알 길이 없
다.

다만 우리가 아쉽게 생각해 보는 일은 기업의 이미지나 홍보 관리를 위한 나름대로의 판단이었다 할 지라도 한인 몇 사람은 당연히 선정되었어야 되지 않았나 싶다.

이런 가운데 우리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일은 기업의 홍보나 이미지 관리도 중요하지만 이런 국제적인 행사에 뉴욕한인공동체가 함께 참여하는 행사가 되었다면 얼마나 자랑스런 행사가 되었을까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세계인이 지켜보는 릴레이 주자에 미주류사회서 우리 한인들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사람이나 앞으로 주류사회 진출을 위해 도전의 꿈을 키우고 있는 2세들을 이런 행사에 참여시켰다면 그들에겐 얼마나 큰 자랑과 힘이 되었을까를 삼성측은 알아야 한다.


기업의 이미지는 돈으로 살 수 있는 유형, 무형의 인기있는 상품이 아니다. 이미지는 좋은 면에서 보는 이미지도 있지만 나쁜 면에서 보는 이미지도 있다.

우리가 바라는 기업의 이미지는 우리 한인공동체와 함께 하는 기업, 신용과 정직이 심어지는 좋은 이미지를 자랑하는 기업이 우리 사회와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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