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음주운전-제발 이제 그만

2004-06-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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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통역관)

요사이 형사법정에서는 한국인의 음주운전 사건이 없는 날이 없다. 뿐 아니라 많은 날에는 하루에도 다섯 여섯 건이나 겹치는 날도 있다.

하루는 법정에서 통역관 대기실로 통역을 찾는 전화가 왔다. 이름을 봐서는 중국인인지 한국인인지 구분이 어렵지만 혐의사실이 음주 운전인 것으로 보아 필경 한국인일 것이라며 한국인 통역을 보내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가서 보니 과연 한국인이었다. 법원 직원들의 인식 마저 이제 음주운전 하면 한국인이라 하는 등식이 일반화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냥 들어넘길 예삿일이 아니다.

최근에 와서 한국인 사건이 부쩍 많아졌는데 놀랍게도 음주운전 사건과 매춘이나 불법 맛사지 사건이 거의 주류를 이룬다. 매춘 사건들은 거의가 한국에서부터 국제 조직을 통해서 미국으로 들어온 매춘녀들이 저지르는 국제조직 범죄이므로 이곳에 사는 일반 동포들의 사회와는 상관이 없는 별세계의 일이라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음주운전 사건만은 바로 우리 한인사회를 반영하는 현상이므로 왜 이처럼 유독 한인사회에 음주운전 사건이 폭증하는지 심각히 생각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음주운전 사건이 많아진 이유 중에는 실제로 한인들의 음주운전 성향이 이같이 많아졌거나 그렇지 않으면 한인들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지역에서 경찰의 집중 단속이 있었거나 하는이유일 것이다.

음주운전으로 체포된 사건의 거의가 플러싱의 유니온 스트릿에서 노던 블러바드를 따라 베이사이드에 이르는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시간적으로 밤 10시에서부터 이튿날 새벽 4시경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그러니까 경찰이 한인들 거주지역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반면에 이 지역과 시간대에 한인들이 주로 술을 마신 다음에 운전을 하고 있다
는 일반화된 성향을 경찰이 파악하고 있다는 뜻이다.

음주운전에 관한 법은 최근에 와서 아주 엄격해져서 유죄로 판정될 경우 형사사건의 전과자로 기록이 남는 그야말로 형사범죄사건이 된 지가 오래이다. 그런데도 일반 한인들의 인식에는 아직도 그저 재수가 없어 경찰에 적발되어 벌금을 무는 손해를 보았다고 생각하는 정도로 알고 있듯 교통규칙 위반 정도의 범법 사항이 아니다.

음주운전은 분명 형사범죄이다. 형사범죄라 함은 절도나 강도 사기사건등과 마찬가지의 범죄이고 이런 전과자로 기록이 되면 앞으로 살아가는데 영원히 나를 쫓아다니는 걸림돌이 된다는 뜻이다.


우리가 제일 먼저 걱정해야 할 것은 이민 문제이다. 음주운전으로 선고된 기록이 있으면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할 수 없다는 명백한 규정은 없다. 그러나 도덕적으로 부적합한 사람이라는 이유로 영주권이나 시민권 취득을 거절하는 경우에 그 중요한 근거 사유가 될 수 있다.

나아가서 재범인 경우에는 자동적으로 중범으로 선고하게 되어 있으므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후에는 추방 조치된다.뿐 아니라 학교의 진학이나 취업, 나아가서는 금융거래의 경우 그 신용등급의 결정에도 전과기록이 있는 것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되어 오는 사람들을 보면 특별히 술 때문에 문제가 있는 알콜 중독자라든가 사회적으로 생활에 문제가 있어서 이런 일을 저지를 것으로 보이는 문제 있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대하는 아주 평범한 보통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많은 보통사람들이 이런 혐의로 체포되어 온다는 것은 음주운전이 이만큼 만연되어 있다는 뜻이고 또 이처럼 만연되어 있다는 것은 우리 한인들의 일반적인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아직도 음주운전을 그리 대단한 위법 사항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이것은 정말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한 범동포 차원의 계몽운동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술 마시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술을 마시면 운전대를 잡지 않아야 하는 것은 상식 이상의 필수적 사항이다. 술 한 잔 때문에 일생을 망친다는 것은 너무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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