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레이 찰스를그리며

2004-06-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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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륭웅(공학박사)

얼마 전 우리 시대의 위대한 가수가 영면했다. 1930년 미국 조지아주 알바니에서 태어났고 2004년 6월 10일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 자택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향년 73세로 운명했다.

가난한 집에 태어나 7살에 눈이 멀었고 15살에 고아가 되었다. 레이 찰스가 태어나던 1930년대의 남부는 인종 차별이 극심하여 흑인은 사람 취급도 안하던 시절이었다.


흑인이자 맹인이며, 고아에 가난이라 보통 사람이라면 도저히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는 환경이었지만 레이 찰스는 ‘레이 찰스’답게 우뚝 섰다. 그가 많은 히트곡을 냈다던지 그레미상을 몇 번이나 받았다든지 하는 것 자체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레이 찰스가 죽은 후 미국의 대중매체들은 “미국이 그 영혼의 일부를 잃어버렸다”는 말로 이 위인의 타계를 애도하였다. 그 말이 딱 들어맞지 않나 생각된다.

그렇다. 그의 노래에는 영혼이 있다. 그의 노래를 들으면 인간의 근원적인 한계, 고독, 울음, 또 가수 자신이 겪어야 했던 편견, 한 인간의 서러움 등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그의 노랫말 중에 이런 것을 은연중 나타낸 것이 많은데 ‘내 마음의 사슬을 풀어주오, 내게 볼 수 있게끔’, ‘사람들은 세월이 약이라고 하지만 당신이 떠난 후 시간은 정지되었어요’ 우리 시대의 위대한 지도자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이 떠난지 며칠 후 우리네 삶의 고달픔을 대변했
던 레이도 떠났다.

많은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곤 하지만 레이 찰스처럼 독특한 음색으로 몸 전체로 우리 삶의 외로움을 그만의 깊이로 말해준 사랑은 과거에도, 앞으로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나는 한국 가수 남일해, 미국의 레이 찰스를 흠모하였는데 이제 한 사람이 갔으니 쓸쓸하다.

좋아하는 레이 찰스의 노래 몇 곡을 권하고 싶다. ‘Georgia on my mind’(조지아주 주가가 됨) ‘I love you so much it hurts’.
레이 찰스여, 부디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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