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한인은 안중에도 없나

2004-06-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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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세종(대뉴욕지구 태권도협회 이사장)

우선 ‘삼성’이 우리들의 자부심이다, 자랑이다 하는 서론은 고사하고 지난 19일에 열린 2004년 그리스 아테네 올림픽 성화주자 선정 문제에 있어 삼성이 동포사회를 도외시하였다는 소식에 노여움을 금할 수 없다.

한 마디로 말해 이는 한국 대기업들의 몰상식한 의식구조를 대변한 확실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그동안 묵과해 왔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름대로 생각들은 있겠지만 필자가 이들을 볼 때는 해외동포들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치도 없으면서 시각적 유혹 상품으로 동포들의 호주머니 돈을 겨냥하는데 혈안이 되어있을 뿐, 동포사회를 위한 환원이나 배려는 조금도 없어 보인다.

이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뉴욕을 방문하는 정계의 ‘거물’들의 모습에서도 그동안 입증되어 온 사실이다. 40만 뉴욕동포가 의지하고 믿는 대뉴욕지구 한인회관이 엄연히 자리를 잡고 있으며, 우리가 선출한 한인회장이 있음에도 소위 칭하는 ‘거물’들은 아직도 사대주의사상에 싸여있는지 뉴욕시 시장 또는 정치인들만 살짝 만나보고 급한 걸음으로 회관을 도외시하며 방관하는 태세가 대기업들의 본연의 의도라고 본다.

이러한 본연의 의도 즉, 삼성의 오만 그리고 동포들에 대한 무시, 경시 작태는 이번 봉송 릴레이행사에 뉴욕한인 봉송자가 한 명도 선정되지 않은 것을 비춰볼 때 나타난 그들의 현 주소가 아닌가 싶다.

이것은 누가 보든 ‘우리가 필요하면 사랑하고 자랑스런 동포’요, 아니면 ‘허드슨 강 건너에 있는 교포’에 불과한 인상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엄청난, 그리고 상상을 초월한 ‘무시’ 행위로 보여진다. 삼성이 독식하는 것을 우리가 춥고 배고파서 뺏어 먹으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음을 우선 알린다. 꿩 먹고 알 먹고, 먹고 싶으면 통째로 다 시식해도 좋으나 이 행사는 뉴욕시 5개 보로에서 진행되는 행사인 만큼 이 군 속에는 40만이라는 훌륭한 우리 동포의 대군이 엄연히 생존하고 있으며 우리
를 위해 삼성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생산품으로 어렵게 번 우리들의 재산 고리에 연결시키고 있는 만큼 1세대는 고사하더라도 씩씩한, 그리고 장한 2세들에 대해서는 의당 배려가 있었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은 분명히 말해서 ‘뉴욕동포사회의 몫’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삼성 간부들의 회사에 대한 아첨성과 충성심에서 자기들끼리 똘똘 뭉쳤든, 아니면 개개인의 야욕을 충족키 위해 뉴욕동포의 몫까지 빼앗으면서 성화봉송 행사를 자축행사로 만든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될 수 없는 일이다. 승진을 위한 독소의 의식이었든 아니었든, 이는 분명 삼성 본사의 승인 없이는 단행될 수 없는 일이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지난 1,2월 당시 미 주류언론에만 이를 홍보했을 뿐 뉴욕동포사회에 알려야겠다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그렇다고 삼성이 고의로 한인사회를 배척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였는데 그렇다면 지난 3일 퀸즈에서 열린 성화봉송 주자 발표 기자회견장에서도 뉴욕한인 무시 현상이 빚어진 것은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바로 그것이 알고 싶다.
잘못된 오만을 삼성이 동포사회 앞에 사과하지 않을 경우 만두 파동으로 인해 벌어진 소비자 지탄 대열에 삼성도 한 몫 하고 싶은 모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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