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인질 납치는 더 이상 없어야

2004-06-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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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준(취재부 차장)

인질 납치는 체포돼 있는 동료의 석방을 위한 방편으로 사용하거나 혹은 정치적, 물질적 양보, 정치적 선전 등과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혁명분자 또는 테러리스트들이 사용해온 수법이다. 위험 부담이 적으면서 정치적 선전 효과가 높다는 판단 아래 60년대 후반 남미 혁명분자들이 많이 자행했으며 80년대에 이르러서는 전세계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했다.

70년대 중반부터 약 10년간 전세계에서 2,500여건의 인질납치 사건이 발생했으며 이중 250여건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서 저질러졌다는 통계도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인질납치는 77년 서독의 경영자협회장과 공업연맹회장을 맡고 있던 한스 마틴 슐라이어 사건으로 감옥에 수감돼 있는 동료 11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끌려갔다가 결국 살해됐다.

한국은 86년 주 레바논 대사관에 근무하던 도재승 서기관이 복면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되기도 했으며 96년 페루 주재 일본대사관 점거 사건에는 이원형 대사가 인질로 억류됐다가 석방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의 인질사건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민간인까지 납치 대상에 포함돼 무차별적으로 저질러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분노를 사고 있다. 이러한 참에 최근 수차례에 걸쳐 잔인한 테러를 자행한 것으로 알려진 한 이라크 저항단체가 한국의 파병을 막기 위해 이라크 주재 한국회사 직원인 김선일씨를 납치해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너무 미온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 지난해 11월 오무전기 직원 2명이 피격 사망했고 올해 4월에는 한국인 목사 7명이 피랍됐다가 풀려난 사건도 있었다. 게다가 일본 민간인 3명도 자위대 철수를 주장하는 이라크 저항단체에 납치됐다가 풀려나는 일도 있었다.

이런 치안 부재 속에 60여명으로 추정되는 교민들마저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이 크다. 45만 뉴욕 한인들을 비롯해 약 700만명 재외동포들이 이번 사건으로 느끼게 될 불안과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 또한 커졌음은 물론이다.

물론 아무리 치밀한 대책을 세웠더라도 테러를 완벽하게 막아낼 수 없을지는 모른다. 더욱 중요한 점은 한국 정부와 국민이 어떻게 이번 사태를 해결하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대처할 것인가에 있다. 뉴욕 한인들도 김선일씨가 무사히 풀려나 가족의 품에 돌아올 수 있기를 한마음으로 기원하는 한편 유사한 불행의 재발을 막기 위해 가능한 최선의 노력과 협조를 다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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