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설] 한인상대 혐오범죄 경계하자

2004-06-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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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뉴저지 포트리의 한국전 참전기념비에 성조기와 함께 나란히 게양되어 있던 태극기가 방화로 불에 탄 사건이 발생했다. 또 한인식당에서 백인남성이 한인들의 핸드백과 지갑을 훔쳐 달아난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여 이곳 한인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고 한다.

태극기 방화사건과 한인식당의 절도사건들이 관련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태극기 방화는 한국 또는 한인에 대한 혐오범죄일 가능성이 높아 큰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포트리 경찰도 이 사건을 일반수사가 아닌 특수수사로 다루고 있다고 하니 더욱 수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인종차별을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인종간에는 미묘한 갈등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데 어떤 계기가 발생하면 이 갈등이 노골적으로 표출되는 경우도 있다. 이 가운데 다수인종지역에서 주로 소수인종을 상대로 공격적인 혐오범죄가 발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백인지역의 주택가에 흑인이 집을 사서 새로 이사를 한 경우 낙서, 방화 등으로 위협하는 경우가 있었고 유대인 교회당에 반유대적인 나치 문양을 그려놓거나 방화하는 일이 가끔 발생했다.

우리 한인사회는 뉴욕지역에서 가장 성장이 빠른 민족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한인에 대한 인종적 저항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미 과거에 퀸즈지역의 한인교회에서 낙서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또 흑인지역의 주민과 한인상가의 마찰, 플러싱지역의 교회 신축 마찰과 한글간판 말썽 등의 저변에 인종적 감정이 전혀 게재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포트리 지역은 최근 한인들의 급증으로 나날이 한인타운으로 변모해 가고 있는데 이번 사건이 이에 대한 반감에서 나타난 혐오범죄라면 참으로 심각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한인타운을 성장 발전시키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지만 지역 주민의 정서와 마찰을 빚어 혐오범죄가 발생하는 일을 만들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그러자면 우선 지역주민과 교류화합하면서 지역 발전에 동참해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오범죄가 발생한다면 강력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이번 포트리 사건의 강력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그 귀추를 주시할 것이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인을 상대로 한 혐오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인사회가 지혜로운 대책을 세워 나갈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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