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웃음의 미학

2004-06-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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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춘(무역업)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우리의 속담이 있다. 적대감을 품었다가도 상대방이 악의 없는 웃음으로 대하면 감정이 누그러지기도 한다.
옛날 어른들은 웃음이 헤프면 사람이 천박하게 보인다고 웃음을 자제하는 교육을 시켰다.

한국영화에서 도포 입고 갓 쓴 사대부의 근엄한 대화 모습과, 양복 입고 구두 신은 서양사람들의 얼굴 표정과 언어 동작은 좋은 대비가 된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생활 습성이 서로 달라 어느 것이 꼭 옳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안면근육을 함께 움직여서 일정한 표정을 짓는 반응이 웃음인데, 미소(媚笑), 대소(大笑), 고소(苦笑), 냉소(冷笑), 조소(嘲笑), 실소(失笑) 등 여러가지가 있다. 또 남 앞에서 실수를 하고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하여 겸연쩍은 웃음도 있고, 기쁘지도 우습지도 않지만 인사로서 타인에게 연기자 같은 미소를 짓는 웃음도 있다.

웃음은 우리의 희로(喜怒) 애락(哀樂)을 얼굴에 나타내는 표현의 하나이고 사회적 생리현상이며, 웃음은 인간에게만 있는 고유의 것이라 한다.

일소(一笑) 일소(一少) 일노(一怒) 일노(一老)라고 한번 웃으면 한번만큼 젊어지고 한번 성내면 그만큼 늙어진다는 속담도 있다. 웃음은 밝은 감정을 나타내는 정신 신체운동이다.

웃음을 나타내는 정신적 내용과 신체에 나타나는 복잡한 움직임을 우리의 선인(先人)들은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교훈적으로 표현하였다.서양인들이 동양사람들은 무뚝뚝하다고 비난한다. 서양인은 표정의 변환이 빠르지만 동양사람은 그 반대이다. 웃음도 절제하여야 하고 표정도 감추어야 하니 그들이 보기에는 꼭 성난 얼굴로 짐작할 만도 하다.

한인이 운영하는 가게의 캐셔가 영어에 서투르다 보면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한인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업종에서도 한인 캐셔의 무뚝뚝한 표정은 얼마든지 겪는 일이다. 문화에 대한 상호간의 이해가 부족하여 그러한 오해도 있을 수 있지만 미주에 사는 한인들만이라도 한인들이 무표정한 인상으로 남는 일은 피하여 봄직한 일이다.

내가 내 얼굴을 생각하여도 타인을 마주칠 때 서양인들처럼 얼굴에 미소가 얼른 지어지지 않는다. 여러 사람들의 모임에서 사람들의 대화하는 얼굴을 관찰하면 재미있는 현상을 알아차릴 수 있다.

서양인들은 입술 부근의 근육이 순식간에 수축과 이완이 잘 된다. 상대방을 쳐다보며 빠른 동작으로 얼굴 근육을 움직여 웃는 얼굴을 만들다가 돌아서면 언제 미소를 머금었나 의심할 정도로 금방 평상시 얼굴이 된다.


일설에 의하면 해부학적으로 서양인의 안면 피부는 얇고 동양인의 것은 두꺼워 나이가 들면 전자는 더 늙어보이나 후자는 주름이 잘 안 생겨 나이 보다 젊게 보인다더니 우리 동양인은 얼굴 가죽이 두꺼워서 그런 것일까?(후안무치(厚顔無恥)라고 얼굴이 두꺼우면 얌체가 된다는데...)

사람을 마주치면 두 눈을 심하게 깜박거리거나 눈동자를 아래로 깔거나 상대방의 눈길을 의식적으로 피하는 습성 등 개인적으로 여러 모습이 있지만 누구를 만나든지 입술 언저리를 양 옆으로 약간만 당기고 석류 씨같은 앞 이빨이 보일 듯 말듯 가벼운 미소를 짓는 습관을 들인다면 입 다물고 있는 굳은 표정 보다 훨씬 좋은 인상을 풍기게 될 것이다.

얼굴의 미를 기준치에 맞추어 뜯어고쳐 아무리 아름답게 꾸며도 미소를 짓지 못하는 얼굴이라면 그게 석고상이지 감정과 인정이 흐르는 인간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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