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만두를 진단한다

2004-06-21 (월)
크게 작게
김민정(수필가)

대학시절 ‘식품영양학’을 배우면서 인체에 이로운 것을 배운 것이 아니라 잘못 먹어 인체에 얼마나 해를 끼치는가를 연구한 기억 뿐이 안 난다. 그렇듯 인간이 살아가는데에 필요한 것이 음식이고 따라서 그로 인해 얼마나 고통을 받게되는가는 병원에 가서 직접 실습 함으로써 그 원인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미국에 이민와서는 잘못 먹은 음식물 때문에 7년 동안 고기를 못 먹는 등 여러가지 증상에 고통을 받았다.

밥보다 빵을, 김치보다 우유를 즐겨 먹던 내가 어느날 갑자기 혀가 굳어지면서 말하기가 힘들어졌고, 그래서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얼굴 전체가 비뚤어져 있었다. 그 다음은 배가 아프기 시작하면 아이를 낳은 것만큼 뒤틀려 어쩔줄을 몰라 병원에 가니 음식 알러지에 동양인에겐 우유를 소화시킬 수 있는 효소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렉테이드라는 약을 먹었지만 또다시 이상한 반응을 이상한 반응이 일어나 내 스스로 그 날 먹은 음식물을 일일이 적어보니 원인은 식품 첨가물과 방부제였다.

이유는 어쩌다 외식을 하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귀 밑부터 근질거리다가 심해지면 머리를 긁고 나중에는 얼굴이나 몸에 뽀드락지 같은 것이 나거나 입술 한쪽이 부풀어 올랐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체질이 예민한가 하지만 내 체질은 마치 실험도구처럼 당장 증상이 나타났고 그렇듯 이물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단점이자 장점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 방식으로 블랙커피를 마시면 몸 안의 이물질이 희석되면서 스스로 부었던 피부가 가라앉곤 했다.

그런데 또다시 만두에 나쁜 물질을 넣었다니 아니 번번히 그런 문제로 신문에 대서특필을 하면서도 그것을 예방하는 강한 방지책은 없었다. 설사 있다해도 한 순간 뿐이고 그에 연관이 되는 높은 사람이 거액의 돈을 챙기면 슬그머니 무마시키는지 아니면 그런 사건에 익숙한 국민들이 의례히 그런 것인데 하며 다음에는 괜찮겠지 하며 후한 선처 때문인지 모르나 그래도 선진국 대열에 섰다고 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일본에 갔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건 다름아닌 친구가 전자제품을 사 주었고 잠시 수퍼마켓을 들르게 됐는데 친구는 방금 전 백여달러가 넘는 전자제품을 수퍼마켓 계산대 옆도 아닌 입구에 놓고는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는 기겁으로 상자를 들고 친구를 따라 들어가니 오히려 날 보고 여기는 절대 남의 물건에 손을 대지 않는다면서 한 번 신용은 영원한 신용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그들 물건들은 미국처럼 내가 어릴 때 보고 먹었던 음식들이 옛날 상표 그대로 수퍼마켓에 진열돼 있었고 업체들 역시 그들 상표에 자존심을 걸고 있었다. 일본인들처럼 한 번 신용을 잃으면 아무리 친한 친구에 친척이라도 칼로 베듯 등을 돌려볼 때 운동으로 치달아 결국은 그 업체는 몇십년 사업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차가운 면은 있지만 나중에는
나라를 살리고 국민을 살리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어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누구 탓, 정부 탓만 돌리기 보다 국민 스스로 그들을 처단하기 위해 좀 힘들더라도 불매운동을 해야하며 그러기 위해서 가족이나 이웃 단위로 음식을 만들어 서로 나누어 먹어야 함이 마땅할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