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올림픽, ‘삼성’의 행사인가

2004-06-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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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웅길(롱아일랜드한인회장)

오는 19일 뉴욕 일원에서 열리는 그리스 아테네올림픽 성화 주자에 삼성 임원의 독식이라니 개탄스럽다. 한국의 삼성전자는 일본의 전자회사 소니를 누르고 세계시장 점유율도 타국 회사를 앞서 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나도 몇년 전에 소니에서 삼성으로 TV 등 모든 전자제품을 바꾸어 사용하고 있다. 아들들이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도 Dell이나 IBM을 제쳐두고 삼성 제품이다. 또 우리 가족의 셀폰도 3개가 삼성 제품이다. 이제 우리 식구들은 모두 가게에서나 외부에서나 무보수 삼성제품의 세일즈맨들이나 다름없다.


이같은 경우는 물론 우리집만이 아니다. 삼성 제품을 쓰는 다른 한인가정, 업소 등이 모두 삼성의 세일즈맨들이다. 우리는 한 가지 ‘메이드 인 코리아’에 자부심을 갖고 삼성이 이루어낸 공적에 박수를 보내고 또 내일도 모레도 계속해 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마라톤 봉송 성화주자로 이 회사의 간부들이 뉴욕시 5개 보로 일부 구간을 돈다는 소식이다. 삼성전자 오동진 북미 총괄부사장이 뉴욕시청 주변을, 그리고 최지성 디지털 총괄 사장은 타임워너 빌딩 주변을 각각 달릴 예정이라는 것이다.

미국 속에 한인동포들이 얼마나 많은지 이들이 모르고 한 일인지? 경악스럽고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한국을 대표한다는 기업 삼성이 이런 국제적인 행사에 자사 회사의 간부들을 주자로 내세웠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본인은 뉴욕동포를 대신 오동진 삼성전자 북미 총괄 부사장에게 묻는다.

오동진 부사장은 뉴욕 40만 한인 교포들의 핀잔과 당신의 가슴 속 깊이 파고드는 교포들의 두 손가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고 있는지. 또 40만 뉴욕교포들을 외면할 강한 철판을 깐 심장을 삼성전자 임원들은 갖고 있는지 묻고 싶다.

북미총괄 부사장이면 한국에서 좀 배웠고 또 미국물을 먹은 뉴욕한인사회 또 미국 국제사회의 정서를 조금은 안다고 믿는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실수를 했는지 의문이다. 분명히 말하건대 이 행사는 국가적인 행사이지 삼성전자의 행사가 아니다. 이 점을 삼성은 인식해야 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삼성맨들은 성화 주자에서 빠지고 미국 속에 알려진 한인동포로 대치해 주기 바란다. 이것은 삼성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 교포를 위해서, 그리고 우리 조국 한국을 위해서 좋을 것이다. 만일 이러한 동포사회 의견을 무시한다면 동포들은 이를 그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를 더 확대시키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시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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