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만두 파동

2004-06-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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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편집국 부국장)

값이 저렴할 뿐 아니라 조리하기도, 먹기도 간편하여 먹고살기 바쁜 서민들의 구미에 딱맞는 만두는 한 끼 식사에도, 출출할 때 간식거리로도 그만이다.따끈하게 찌거나 기름에 튀겨 먹기도 하지만 비빔만두, 만두탕수, 떡만두로 먹기도 하고 라면이나 국수에 넣어 먹는 등 그 용도가 참으로 다양하다.

어른이나 아이나 부담 없이 즐겨 먹는 이 만두가 최근 쓰레기로 버려지는 짜투리 단무지로 만들어졌고 이 만두가 바다 건너 뉴욕땅까지 들어와 수많은 한인들이 오랫동안 먹어왔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한국식품의약안전청이 9일 공개한 불량 단무지와 무말랭이 사용 만두 제조회사와 대기업 명단은 우리를 경악케 한다.문제된 브랜드를 판매한 뉴욕과 뉴저지 한인 수퍼마켓에서는 한국 뉴스가 나오자 마자 신속하게 수거 조치를 단행하여 전량 반품한다지만 이미 먹어 뱃속에서 소화되어 알 수 없는 각종 병의 원인이 되고 있을 수 있는 소비자는 뭐냐?

조사된 바로는 이 만두는 1999년부터 지금까지 시중에 대량 유통되었다는데 쓰레기로 버려지는 단무지 자투리를 비위생적으로 세척하여 가공 후 유명식품 업체에 납품해 왔다 한다. 아마 그 제조공장 오너나 직원들은 자기 자식이나 가족에게는 절대로 그 만두를 못 먹게 했을 것이다.

식당이나 만두전문점에서 직접 재료를 사다 만든 만두를 먹지 않는 한 뉴욕의 한인가정 냉장고안에는 50개들이나 70-80개들이 냉동 만두 한 두 봉지가 들어 있을 것이다. 부부가 다 나가서 일하는 대부분의 한인 가정에 만두처럼 만만한 식품도 없다.

우리집에서도 그동안 숱하게 냉동만두를 사다 먹었다. 아이들 학교에서 민속음식 해오라 하면 냉동 만두를 사다가 알루미늄 박스 한판에 군만두를 소복히 만들어 보내기도 했고 단체에서 하는 한국 음식 축제에도 내보냈다. 그 만두를 타민족 아이도, 타민족 교사들도 먹었을 것이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냉동 만두로 요리를 해놓으면 아무런 맛도 없고 도대체가 씹는 맛이 톱밥을 씹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 속빈 강정 같고 헌껍데기 같아 냉동만두 구입 회수가 줄어들었는데 그 원인이 이제야 밝혀진 것이다.

또 일설에 수출용은 한국내 소비용과 내용물이 다르게 들어가 품질이 더 안좋은 것을 쓴다거나 유효기간때문에 방부제가 더 들어간다는 말도 있다. 이럴 때 고국을 떠나 바다 건너 사는 우리들은 참으로 화가 난다.

우리는 미국에 와 살면서도 한시도 조국을 잊은 적이 없는데, 왜 이런 불편 부당한 일을 당해야 하는가? 내 돈 주고 이런 식품을 사먹은 우리의 잘못은 무엇일까? 미국 땅까지 와서 살면서 하루 세끼 양식으로 먹어야지 수십년이 되어도 한국 음식 맛을 못버린 죄? 아무리 맛난 서양음식을 먹어도 막판에는 한국 식품으로 입가심을 해야 개운한 죄? 그것이 정녕 잘못일까?

만두뿐만 아니라 유통기한이 지난 중국산 김치로 라면 스프를 만들어 납품해 온 업자들이 적발되었다는 소식도 재차 들려온다. 라면만큼 미주 한인들이 즐겨먹는 음식도 또 없다.


산해진미가 놓인 뷔페에 다녀온 늦은 밤, 부엌에 들어가서 라면 한 개 끓여 거북한 속을 개운한 국물로 달래는 한인은 또 얼마나 많은가.우리는 한국 마켓에서 이번 말썽이 난 만두나 라면 같은 부정불량 식품을 언제까지나 사먹어야 하나?

식품안전사고는 아무리 반복 주의를 당부해도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사람이 사는 즐거움 중 맛있는 것을 먹는 즐거움은 지대하다. 그것을 배반한 불량식품 제조업자들의 죄는 상당히 크다. 살인죄와 마찬가지의 중형을 선고하고 실형을 사는 동안 그 만두나 라면 등 자신이 제조한 식품을 하루 세 끼 먹게 하자.

장을 보러가서 식품 하나를 구입할 때마다 일일이 제조일, 공장명, 제조번호, 생산기사 이름을 확인하는 것은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사람이 만든, 사람이 먹는 것’ 이라고 무조건 믿고 사게 해달라고 식품 제조업자들에게 하소연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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