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레이건 서거와 미국의 보수정신

2004-06-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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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제(워싱턴 레이건기념관 준비위원)

인기의 민중지도자 로날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파란만장했던 93세의 생애가 6월 5일 마감됨에 그의 8년 대통령 치적이 전설처럼 회상되고 있다.
야구중계 아나운서로 시작, 헐리웃 배우 출신이 미합중국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하여 유럽, 특히 불란서 언론들의 야유와 조롱을 받기도 했고 전 민주당 최장수 의회 의장 ‘립 오미일’로부터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무식한 대통령이라는 쓰라린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공산주의를 배척하고 소련공산주의를 붕괴시켜 ‘베를린’ 철의 장막 속에 허덕이던 7억 인구와 그 후손들에게 자유를 누리게 한 정치 지도력이나 사회주의 아닌 시장경제의 신념을 재정립시키고 연방정부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증세정책을 시행하여 균형예산 재정을 시도한 용기와 리더십은 그를 오늘날 20세기의 뛰어난 정치인의 대열에 서게 했다.


일리노이주 이름 없는 대학 출신이 유명 배우가 되었고, 그 인기를 업고 뛰어든 2선의 캘리포니아주 주지사를 거쳐 대통령직 8년 임기 동안 개인적 인기와 설득력으로 발자국을 남긴 대통령으로 자리매김은 반드시 시대를 잘 타고 났다든가 행운의 사나이라고만 단정지을 수는 없다. 인간과 조직을 운영하는 기술과 탁월한 화술과 유머, 위트 등의 재능도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기자회견 때마다 부닥친 예리한 경제 질문을 답변할 수 없을 때는 경제장관에게 물어보라는 등 재빠른 임기응변과 화술로 곤경과 당혹을 잘 피해갔고, 국사를 대강대강 수행한다는 대통령이라는 비난을 받을 때는 ‘직사하게 일한다고 생명에는 지장 없지만 뭣하러 힘들게 사느냐’며 슬쩍 넘어가는 농담꾼이기도 했다.

그래도 레이건이 재임기간 중 주창하고 실행했던 개인의 자유, 세계 민주주의 확산, 균등한 경제기회 제공, 미국의 체통 유지, 매사를 낙관적으로 분석하며 미국국민들을 설득시킨 그의 특유한 ‘캐릭터’는 어찌 보면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에이브라함 링컨’ 등이 굳건히 지켜온 미국의 보수적 견해와 철학을 견지해 온 20세기의 탁월한 신념의 정치지도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전통적 보수주의는 이라크와의 테러와의 전쟁이 문명충돌이라는 새로운 이념 출현으로 전쟁은 지연되고 있고, 인명피해와 전비가 가중되어 불행히도 자유 수호, 민주주의 정착, 평화 진작이라는 범세계적 대의가 국민적 분노에 짓눌리는 안타까운 사태를 경험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200여년 미국을 존립시켜 오고 발전시켜온 보수적 사고와 의식이 문명 충돌의 소
용돌이에 휘말려 좌절되서는 안될 줄 믿는다.

어찌 보면 그 보수성 정신이 오늘의 최강국의 미국을 만들었고 혼돈 속에서 질서를 찾게 된 원동력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 내지 후진국들이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발전을 달성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하면 과언일까?

그 보수성이 원칙을 존중케 했고 그 원칙은 법질서를 지키는 기초가 되었다. 자유와 인권을 근본으로 하는 민주주의라는 개념도 보수주의자들의 원칙과 질서 존중 덕분에 강화되었다. 그 민주주의는 민주를 갈망하는 모든 인류에게 자유와 인권의 희망을 주었다.

자유 수호라는 명분 아래 진행된 이라크전쟁이 지연된다 하여 보스라인을 방어하며 미국의 위신과 위력을 내세웠던 레이건대통령의 전설적 치적이 결코 손상되어서는 안될 것이다.낙관적 정치관으로 미국 국민과 세계 자유우방국가들을 안심시키는 지도자 역을 발휘했던 그가 세상을 떠남에 워싱턴 레이건 기념관 준비위원의 한 사람으로 삼가 명복을 비는 바이다.

육신은 사라졌지만 인류애, 민주주의 발전, 무한한 자유를 외쳤던 그 어른의 업적과 보수정신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 가는 세계사 속에서도 미국의 힘과 위대성을 제고하면서 먼 훗날까지 영원히 불멸의 유산으로 인류역사에 길이 남게 될 것으로 확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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