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민의 의무와 병역거부의 양심

2004-06-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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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건용(커네티컷)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내용의 글을 신문에서 읽으면서 먼 옛날 논산 훈련소에서 안식교 교인들 수 명이 같은 중대에서 총 매는 것을 거부하며 훈련받던 모습을 본 기억이 난다.

1958년 12월 초순경 징집 소집장을 받고 입영하기로 되었던 나는 교회 성가대가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으므로 지휘자 최영섭 선생님, ‘그리운 금강산’ 작곡가, 께서 평소 절친하게 지내시는 경기도 병무청장 김홍걸 대령을 만나게 하여 1959년 1월에 입영하도록 1개월간을 연기해 주는 약속을 받게 하였다.


그러나 소집일이 하루 지난 12월 13일 새벽에 들이닥친 경찰서 병무계 순경들에게 병역기피자의 신분으로 나는 경찰에 연행되어 유치장에 수감되었으며 검찰에 기소되었던 것이다.

최영섭 선생님을 통하여 병무청에 연락이 되었고 병무국장인 모 중령이 경찰서를 방문하여 병역 기피가 아니며 행정처리의 불찰이라는 설명으로 검찰에서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았다.단속이 심한 그 당시 한국 사회에서는 많은 병역 기피자들이 수개월간의 징역살이를 한 후 군에 입대하였던 것이다.

지난 5월 21일, 서울 남부지법 이정렬 판사는 병역 징집을 거부한 혐의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자 오 모씨를 ‘양심상의 결정에 따른 거부로 양심의 자유라는 헌법적 보호 대상이 충분한 경우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라는 판단으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모든 국민은 일정한 기간을 군에 복무하도록 병역의무를 헌법으로 제정하고 있는 것이다. ‘양심의 결정’이란 병역을 기피하는 묘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지 종교 이념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다. 이정렬 판사의 판결은 헌법에 명시한 양심의 자유만을 참작한 것이지 헌법이 제정한 병역의무를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군인은 전쟁시 적군을 살해하면서 국토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본분일진대 이를 악한 행위로 정의하여 입영 소집을 기피하는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이 병역 거부의 양심은 비애국적이라고 판단이 되는 것이다.

열린 우리당 국회의원 당선자인 임종인씨는 지난 5월 22일 KBS-TV 생방송 심야 토론 인터뷰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무죄 선고는 우리나라 사법 사상 5번째 안에 드는 멋진 판결이다”라는 망언을 하면서 이정렬 판사를 치하한 것이 한심스럽기만 한 것이다.

국회의원으로서 병역을 기피하도록 방조하는 행위를 보면 그가 앞으로 국회에서 어떠한 의정활동을 할 것인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역사는 새로운 일들을 많이 창조하면서 때때로 옳지 않은 사실을 한 페이지로 남기는 경우가 있어 이를 후회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에 있었던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불명예스러운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하였는가 하면 ‘양심’ 운운하면서 병역을 기피하는 사람들을 옹호하는 이정렬 판사와 임종인 국회의원 당선자의 망언 역시 영예스럽지 못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것으로 믿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일대학 교수는 수일 전에 예일 법인체를 지배하는 이사회의 공적인 이사 한 사람을 매사추세츠주의 대법원장이며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동성 결혼을 법적으로 허락한 마가렛 마샬(Margaret Marshall)을 총동창회에서 선출하였다고 한다.

마가렛 마샬의 선출은 대다수의 예일대학교 동창들이 동성결혼의 비도덕적인 행위를 지지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것이며 예일의 장래가 동성애 그룹들의 학원으로 전환될 것을 우려하게 된다. 역사는 이러한 부조리한 사건들을 과연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 다음 세대들의 장래가 염려스럽기만 하다.

한국의 모든 국민들이 ‘양심적 병역 거부’를 주장하는 여호와의 증인 신자들로 개종한다면 전쟁시 국토와 국민을 누가 방어할 것인지 우려되는 것이다. 앞으로 있을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올바른 헌법 해석에 기인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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