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빛나는 결과, 우연은 아니다

2004-06-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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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플러싱)

최근 MIT의 박사학위 수여식에서 학위를 받는 김영무 박사 가족의 초청을 받아 보스턴을 다녀왔다. 젊은 박사학위 수취자도 많았고 한국 출신도 여러 사람 있었다.

새로 탄생된 박사는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박사 3대를 이은 셈이었고 그 어머니도 박사이니 교포사회에서 자주 볼 수 없는 가정이다. 이렇게 축복받을 경사가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고 사필귀정이란 우리 속담 그대로이다.


젊은 유학생 남녀가 연분이 있어 결실을 맺어 결혼하고 그 후에도 학업에 열중하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결혼생활 중 아이 하나, 둘 생기면 어머니는 학업을 중도 포기하든지 임시 중단할 경우가 있고, 우리 한인사회도 당연한 것으로 인지한다.

이 학생 부부도 사내아이가 생기고, 그래도 교대하면서 아이를 돌보고 공부를 할 수 있었는데 또 하나 사내아이가 생겼다. 이 때 아이 어머니 박문자씨는 럿거스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이수중이라 정신 없었고 남편 김찬호씨는 프린스턴대학에서 박사과정을 거의 마치고 눈문 준비 중이었고, 학비와 생활비 보충 차 카운티 사무실에서 컴퓨터 책임자로 있었다.

럿거스대학 부부 기숙사에서 이제는 4인 가족이 되니 학업과 생활에 보통 아닌 어려움이 있었다. 이 환경에서 학생어머니는 학업을 중단해도 당연한 처사라고 이해할 것이다. 이 때 큰아이는 두살, 작은 아이는 3개월, 아이를 가진 어머니들은 얼마나 힘이 든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심사숙고 끝에 두 부부는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3개월 된 아기를 서울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맡기고 계속 노력하고 뜻을 굽히지 않고 초지일관해서 결과를 보자고. 참으로 장한 결심이었다.

100일이 된 아이를 서울에 두고 돌아오니 두살짜리 하나, 집안은 빈 집 같으며 그 허무한 공백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밤낮으로 생각난 두고온 젖먹이 꼬마를 한시도 머리에서, 눈에서, 피부에서 잊을 순간이 없었을 것이다.

때로는 꼬마 생각에 흐르는 눈물이 읽고있던 책을 적시고 자연히 공부를 계속 추진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의아심과 고도의 고민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실은 있었다.

남편은 76년 도시발전과 계획이라는 논문이 통과되어 미국의 명문 프린스턴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일리노이주 샴페인에 있는 일리노이주립대학에서 교수로서 다년간 종사한 결과 지금은 천명이 넘는 교수 중에 50명 정도 밖에 안되는 석좌교수 자리에 있는 한 사람이고 서울대학의 초빙 연구교수로 있으면서 한미간을 출퇴근하고 있다.


그 어머니 박문자씨도 77년에 눈물 젖고 피땀 흘린 결과 럿거스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직에 있다가 다시 뜻이 있어 회계학을 공부하고 공인회계사(CPA) 자격도 취득했고 지금은 미 북방부 산하 방위계약관리처에서 높은 관리직에 있다.

부부가 한 집에 산 적은 별로 없고 주말, 휴가 때는 소문난 좋은 곳만 찾아다니면서 평생 신혼생활만 계속한 행복한 부부다.할머니 할아버지에 맡겼던 꼬마를 일년 이상 지나서 데리고 와 전식구가 한 집에 살게 되었다.

그러나 아이들끼리의 문제가 있었다. 할머니의 사랑을 독점했던 아이, 또 하나는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두 어린이가 의사소통하고 상호 이해하기에는 너무 어렵다.

세월이 흐르고 둘째가 벌써 결혼해서 두살된 아이가 있고 뉴욕의 큰 증권회사에 근무하고 큰아들이 이번에 박사학위를 받고 벌써 실력을 인정받아 보스턴의 큰 전자회사에서 수석연구 과학자로 자리잡고 있다.자식들에게 최고의 선생은 부모들이다. 부모로부터 받은 정신과 투혼이 다음 세대가 이어받는 결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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