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미국의 큰 별 지다

2004-06-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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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논설위원)

미국의 정치가의 한 거성이 떨어졌다. 한 때 미국인의 우상이던 도날드 레이건 미국의 대통령이 5일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그의 나이 93세. 그는 살아생전 미국의 정치적 힘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고 미국인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용기와 신념, 강한 비젼을 심어주어 역사적 존경을 받고 있다. 그의 일대기를 열거하면 알다시피 30년 배우경력에 캘리포니아 주지사 8년 재임 후, 대통령 8년 생활과 은퇴 후 10년 알츠하이머 병으로 고생하다 숨진 것이 전부이다.

그렇지만 그의 삶은 연예계와 정치계는 물론, 미국 역사에 추앙받는 대통령으로 떠오를 만큼 미국인들의 가슴에 강하게 남아 있다. 레이건 대통령 하면 우선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공화 보수주의의 원칙에 입각, 자유 민주주의의 선봉을 위해 힘쓴 인물이며 불황속에 있는 미국경제를 회복시켰고 국가적 위신을 지키는데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 대통령으로 평가되고 있다. 레이건은 특히 소련을 붕괴시켜 냉전을 종식시키고 독일의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다.


그 결과 이제 미국역사에 조지 워싱턴, 프랭클린 루즈벨트, 에이브라함 링컨 다음에 정치를 잘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는 또 미국의 정통 보수주의를 지키면서 자유를 구가한 낙관론자로도 유명하다. 이런 원칙하에 그는 절대 미국이 세계 제 1국가로 다른 나라도 따를 것이라고 강조하며 미국을 위협하는 어떤 난관에도 절대 굴복하면 안될 것이라고 강한
국가론을 펴서 미국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데 앞장섰던 대통령이다.
그의 낙관적인 사고와 행동은 미국인들에게 항상 기쁨을 주었으며 워싱턴에서 저격수에 의해 총을 맞고도 쓰러지지 않고 펄쩍 펄쩍 뛸 정도로 강인했던 모습은 아직도 미국인들에게는 코미디처럼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의 대통령 재임시 치적도 치적이지만 특히 그가 처음 정계에 발을 들여놓을 때 3류배우로 캘리 포니아 주지사에 출마해서 난공블락의 민주당 출
신의 브라운 주지사를 눌러 매번 당하기만 했던 이 지역 주지사 자리를 공화당이 탈환한 것은 공화당에 힘과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 대 사건이었다.

공화당진영에서는 이런 여러 가지 그의 치적들로 그를 영웅시 하고 있고 심지어는 조지 부시 대통령 까지도 그를 할아버지처럼 존경시 하고 있다. 그만큼 그는 공화당의 위세에 힘과 활력을 불어넣은 바가 크다.

그에게는 당시 3선이라는 얘기까지 나왔으나 언론에서 조지 위싱턴 초대대통령이 3선 거론시 남긴 ‘내가 3선 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미국 백년대계에 오점을 남긴다”는 일화를 들어 집요하게 방해하는 바람에 그는 2선에서 물러날 정도로 미국인들 사이에 인기가 대단했다.

정치가의 길에 접어들기 전에도 물론, 성공치 못한 불출세의 배우였긴 했지만 어쨌든 연예인으로서도 30년간 활동하며 그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도 기쁨을 준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그가 세상을 등짐으로써 미국정치사와 미국사회에 남기는 메시지도 적지 않을 것이다. 우선 미국의 강한 보수주의의 정치판도에 많은 변화를 줄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고 그의 죽음은 조지 부시 대통령의 무너져 내린 입지를 새로 만회시킬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의 죽음은 오점만 남기고 떠나는 한국의 대통령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나라를 위해 무언가 해야 겠다는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권력을 이용해서 더 많은 부를 치부하고 돈을 빼돌리려다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고 결국 감옥에나 가는 그런 대통령때문에 자존심 상한 한국의 국민들은 과연 레이건의 죽음을 접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
을까. 이런 훌륭한 지도자를 보면서 왜 미국이란 나라가 강대국이 되었을까 생각하며 부러움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이런 지도자들이 있기 때문에 후진국들도 인권과 민주주의를 배우고 경제활동의 자유로운 기회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미국인들을 보면서 우리는 느끼는 바가 많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미국사에 족적을 남긴 미국의 큰 별 레이건의 타계를 진심으로 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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