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람의 소유란 이름 석자 뿐

2004-06-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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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목회학박사)

사람이란 태어날 때는 순서가 있어도 돌아갈 때는 순서가 없는 것 같다. 돌아간다란, 사람의 수명이 끊겨 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말한다. 수명이 끊기는 것과 수명이 다하는 것은 다르다. 수명이 끊기는 것은 더 살수 있는 사람이 일찍 세상을 뜨는 것이다. 수명이 다하는 것은 오래도록 장수하다 세상을 뜨는 것을 말한다. 하기야 사람의 연수가 길든 짧든 거기서 거기지만 그래도 수명을 다하고 가는 사람들은 복 있는 사람들이다.

며칠 전 동네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가깝게 늘 보던 사람이 안 보인다고 하니까 “아직도 모르느냐” 면서 “그 사람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너무 허무하게 떠난 것을 알 수 있었다. 늘 가게에 나가 문을 열던 그 사람은 지난 겨울 가게문을 열려고 나왔다 미끄러져 넘어졌다. 병원에 후송 됐으나 뇌출혈로 이틀만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한 동네에 살던 사람이라 자주 만났었는데 보이지가 않아 아들에게 가게를 맡겨놓고 한국에 나가있는 줄 알았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늘 만나
던 사람이 이렇게 허무하게 돌아갈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사람이란 이렇듯 돌아갈 때는 순서가 없는 것 같다. 나이를 보아도 돌아갈 때가 아님이 분명한데 어찌하랴. 하늘이 부르면 돌아가야 하는 것이 인간인 것이다.

지난 주, 한 교회에서 기도회가 있어 취재를 간 적이 있다. 기도회 때, 간증한 목사의 말이 계속해 머리에 남는다. 그는 집사였다. 집사로 교회에 봉사하며 장로가 되기를 소망했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벌기를 바랬단다. 그래서 돈을 벌었단다. 그런데 어느 날 현금을 모두 주고 산 고급 새 차가 사고를 당했다.

상대방 백인 청년이 자신의 차를 받았지만 용서했단다. 그리고 집으로 오는 길에 생명에 이상 없음을 감사드리며,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자신의 소유가 아님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 후, 그는 신학을 공부한 후 목사가 되었다. 20년 가깝게 목회 하는 동안, 그는 모든 것이 자신의 소유가 아님을 늘 생각해 오고 있다한다. 자신의 목숨도, 자신의 가족도, 자신의 재물도 모두 다 자신의 소유가 아님을 알고 만사 깨끗한 목회를 통해 자신은 지금도 떳떳하게 목회와 봉사활동에 전념할 수가 있다고 간증했다.

우연이라 할까. 그 목사의 간증을 듣고 난 같은 날 저녁, 한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던 한 동포가 세상을 이미 떠난 것을 알고 생각되어지는 것이 많았다.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돌아갈 날은 아무도 모른다. 오로지 하늘만이 안다. 세상을 떠나는 그 날이 언제든, 하루하루를 열심히 최선을 다하여 살아야 한다. 그리고 즐겁게 살아야 한다. 작은 것에서도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작은 일에도 보람을 느껴야 한다. 큰 것, 큰 일에만 즐거움과 보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최소의 일이라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 가족과 함께 하는 한 가족을 즐겁게 해야 한다. 늘 긍정적인 사고로 생각하며 모든 사람, 모든 것이 다 잘되기를 기원해야 한다.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게 생을 살아야 한다. 그리고 돌아가는 날,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게 하자” 등등.

또 “세상엔 자신의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아무 것도 없다. 나에게 있는 모든 것도 내가 세상을 떠날 때는 이미 나의 것이 될 수 없다. 아니, 살아있는 현재의 내 것도 나의 것은 아니다. 언제 어떻게 될는지 그 누구도 알 수 없기에 그렇다. 세상에 부귀와 명예를 아무리 많이 쌓아 놓았다 해도 자신의 것은 아니다.

결국 사람은 이름 석 자만 남길 뿐, 세상에 올 때부터 소유했던 모든 것을 돌아갈 때는 모두 두고 가야만 한다. 그러므로 자신의 것이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음을 알고 더 겸손히 살아야겠다” 등등.

순간 순간은 영원이요, 영원은 순간 순간이 모여 된다. 순간을 파도라 한다면 영원은 바다와 같다. 파도와 바다는 하나이지 둘이 아니다. 파도와 바다를 둘로 갈라놓을 수는 없다. 파도를 보며 바다를 느낄 수 있고 바다를 보며 파도를 느낄 수 있다. 사람이 사는 동안은 파도와 같다. 사람이 저 세상으로 가 영원의 품에 안기는 것은 바다의 품에 안기는 것과 같다.
현재의 삶에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


아니, 스스로 즐거움을 만들어가며 살아야 한다. 흰 파도가 푸른 바다에서 넘실대듯, 넘실대며 사는 현재가 되어야 한다. 소유 없듯이 살아야 한
다. 사람이란 태어날 때는 순서가 있어도 돌아갈 때는 순서가 없다. 사람의 소유란 그 이름 석자뿐이다.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살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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