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모기 조심합시다

2004-06-04 (금)
크게 작게
장래준(취재부 차장)

컴퓨터 그래픽으로 공룡을 생생하게 재현해 전세계에서 대히트를 기록했던 영화 ‘주라기 공원’에서 공룡은 호박에 갇혀 보존된 고대 모기의 뱃속에서 부활된다. 작가 마이클 크라이턴이 2억년 전 모기의 조상이 공룡의 피를 빨아먹고 살았다는 분명한 사실에 힌트를 얻었을 만큼 모기의 역사는 오래됐다.

또한 모기는 열대지방에서는 1년 내내 알을 낳고 유충에서 성충으로 성장하는 일생을 반복하고 있으며 산악지방과 한대에서는 겨울을 알로 지내고 눈이 녹은 물에서 유충기를 보내며 한여름에 성충으로 활동한다.


그래서 모기는 북극점에서 20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툰드라지대에까지 분포하는 등 인간만큼이나 널리 지구상에 퍼져있는 놀라운 적응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인간과 모기는 끝없는 전쟁을 벌여왔다. 모기는 말라리아, 뇌염 등의 전염 매체가 되어 인류를 크게 위협한 적도 있다.

현재 모기가 매개하는 질병으로는 위의 두 가지 외에도 필라리아(상피병), 황열병 등 전세계에 약 2,500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모기가 옮긴 병을 이기지 못한 인류는 숨졌고, 살아 남은 인류는 면역을 얻었다는 말도 과언이 아니다.

모기는 피를 빨아먹는 주둥이를 피부에 찌를 때 혈액의 응고를 방지하기 위해 타액을 집어넣는다고 한다. 이 타액이 사람과 동물에게 가려움을 느끼게 하며 이 때 바이러스나 병원체가 함께 주입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미국 전역에서 모기가 전염시키는 웨스트나일 바이러스 때문에 비상이다. 6월을 맞아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뉴요커들도 다시 모기와의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 이미 웨체스터 카운티는 유충을 없애기 위해 지역 습지에 유충을 먹이로 하는 치어를 대거 방류하는 등 관계 당국이 모기를 줄이는데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LA 인근 피코 리베라에서는 웨스트나일 바이러스의 양성반응을 보인 모기가 발견됐다는 소식도 있다. 감염된 모기에 물리더라도 치명적인 증세를 보이는 경우는 1% 미만이지만 고열이나 어지럼증, 몸살 등으로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올 여름도 각별한 모기 조심으로 뜻밖의 불상사를 겪는 한인이 없었으면 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