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생선회와 초밥

2004-06-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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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편집위원)

사시미는 생선회를 뜻하는 일본어이다.
옛날 일본의 무사정권시대에 오사카 성의 어느 장군이 멀리서 귀한 손님이 방문하게 되어 직속 부하에게 맛있는 요리와 술을 준비하게 했다.장군의 지시를 받은 주방장은 평소에 자기가 갈고 닦아온 실력을 평가받을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여 진수성찬을 차렸다. 산해진미의 음식과 열 가지가 넘는 생선회를 만들어 올린 것이다.

그리하여 장군은 지금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생선회를 손님과 맛있게 먹게 됐다. 맛에 반한 손님이 문득 “장군, 이 회는 무슨 생선으로 만든 것이지요?”라고 물었다. 그러나 생선의 이름을 잘 몰랐던 장군은 당황하여 주방장을 불러 이에 대답하게 했다.


주방장은 조목조목 횟감에 사용된 생선의 이름과 조리법에 대해 잘 설명을 하여 손님으로부터 칭찬을 받았고, 장군은 그 자리를 잘 모면할 수 있었다.이후 주방장은 어떻게 하면 장군께서 어려운 생선 이름을 외우지 않고도 생선회를 즐길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궁리를 하던 끝에 하나의 묘안을 생각해냈다.

그 묘안은 작은 깃발을 만들어 그 깃발에 생선 이름을 적어 생선회에 꽂아서 상에 올리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후 장군은 주방장의 기발한 생각으로 생선의 이름에 신경을 쓰지 않고도 손님들과 맛있는 회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사시미의 ‘사시’는 찌르다, 꽂다, 누비다 등을 의미하며 ‘미’는 몸, 물고기나 생선 또는 짐승의 살을 의미한다. 그래서 ‘생선의 살에 작은 깃발을 꽂았다’하여 일본에서는 생선회를 ‘사시미’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생선회는 불포화 지방산과 풍부한 섬유질, 저칼로리 고단백 식품으로 다이어트와 미용 그리고 건강유지에 최상의 식품으로 이미 뛰어난 영양에 대한 인정을 받고 있다.생명탄생의 근원인 바다에 사는 신선한 어류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더 없이 좋은 건강식품이기도 하다.

생선회를 먹으면 뇌의 기능과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DHA 섭취로 지능지수를 높이고 기억
학습능력을 높인다. 뿐만 아니라 미숙아 예방 및 성장 어린이들의 세포발육을 위하여 임산부, 어린이들은 생선회를 많이 먹을 것을 권장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생선은 혈관의 콜레스테롤을 저하시켜 혈관 및 순환기 계통의 성인병을 예방하고 뇌의 기능을 활발하게 증진시켜 노인 치매, 동맥경화, 고혈압, 심장혈관 관련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많은 한인들도 생선회를 즐겨 먹는다. 한인이 운영하는 횟집도 날로 늘어가고 있다. 이처럼 한인들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할 수 있는 횟집이 과당경쟁의 선만 넘지 않는다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한인 횟집들이 일본의 영향을 받아 주방에서나 차림표에서 일본어로 된 전문 용어를 아무런 여과 과정 없이 그대로 쓰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심지어는 한글을 배우고 있는 어린 자녀들마저도 사시미, 스시 등을 아무런 꺼리김없이 우리말처럼 사용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있다.

횟집의 차림표에 쓰여 있는 일본용어는 대부분 한글 표현이 가능한 것들이다. 사시미는 ‘생선회’로 스시는 ‘초밥’이나 ‘김초밥’이라 하면 된다. 쓰끼다시는 ‘기본 안주’ 나 ‘곁들이 안주’로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사케는 ‘일본 술’이나 ‘일본 청주’로 가끼우동은 ‘가락국수’로, 나베우동은 ‘냄비국수’그리고 오뎅을 ‘어묵꼬치’나 ‘생선묵’으로 바꿔 쓸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미국에 살고 있지만 누구나 자녀들의 올바른 한글교육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그러나 자녀들에게 한글의 ‘고운말’ ‘바른말’ ‘쉬운 말’ 등을 가르쳐야 하는 어른들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어휘를 보면 일어 등 우리말을 헤치는 다른 말들을 너무 쉽게 사용한다. 이를 볼 때 자녀의 올바른 한글 교육은 어른들의 올바른 우리말 표현이 선행되어야 한
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때문에 횟집을 운영하는 한인업주들도 한인들의 건강 챙기기와 더불어 한인사회의 미래를 짊어질 어린 자녀들을 위해 일본어로 쓰여있는 차림표를 올바른 우리말 표현으로 바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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