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무에서 인생을 배운다

2003-12-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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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햇빛과 적당한 온도로 광합성이 활발하던 나뭇잎이 가을이 되면 기온이 내려가고 햇빛의 세기도 약해져 광합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잎은 에너지만 소모하게 되므로 나무는 잎으로 보내지는 수분과 영양분을 줄이기 위해 나뭇잎의 잎자루와 줄기 사이에 떨켜 라는 코르크층을 형성하게 되고 잎에서는 광합성으로 만든 포도당들이 설탕으로 되어 이동하다가 더 이상 못 가고 자꾸 잎에 쌓이게 되며 이 설탕이 분해되면서 ‘안토시안’이라는 색소가 생겨 나뭇잎이 빨갛게 보이게 된다. 이것을 우리는 붉은 단풍이라 하고, 광합성을 못한 녹색 엽록체가 분해되어 사라져버리고 오렌지색을 띠는 ‘카로틴’과 노란색을 띠는 ‘크산토필’이 남게 되어 오렌지색과 노란색을 띠게 만든다.

그래서 붉은색과 오렌지색, 노란색의 단풍들이 가을산을 아름답게 물들인다.이렇게 아름다운 자태로 뭇 사람들을 산으로 부르던 단풍도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기온이 더 내려가는 깊은 가을이 되면 나무는 악조건 속의 겨울을 건너뛰기 위한 준비로 몸 속에 가지고 있는 수분 보존을 위해 떨켜라는 코르크층을 더욱 강화시켜 모든 잎을 버리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우리는 낙엽이라고 한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나무와 구름을 소재로 한 그림으로 표현하는 김경렬(1982년 홍익대 응용미술과 졸업)의 시 한편을 소개한다.

<나무 혹은 인생>
나는 자연을 통하여 인생을 배운다/나는 숲을 통하여 삶을 본다/나는 나무를 통하여 인간을 느낀다.

지는 낙엽 속에서 황혼의 아름다움을 본다/겨울나무 속에서 봄을 향한 약동을 느낀다.봄은 맑은 영혼을 지닌 어린이/여름은 건강한 젊음의 청년/가을은 우아한 멋을 지닌 중년/겨울은 인생을 회고하고/나무의 겨울은 봄을 향한 희망.

나는 구름에서 희망을 본다/나는 항상 희망을 안고 사는 이를 존경한다/그것도 아주 큰 희망을 안고서/저 불확실한 미래를 당당히 맞이하는 이를...
나무는 인간의 초상이다/나무의 외양은 그의 인생을 보여준다/나뭇가지에서..껍질에서...

가을의 낙엽에는 허무함이 아닌/완숙한 중년의 미학이 있다/나는 그것을 즐긴다/겨울나무는 그의 역사를 의연한 자태로 보여준다/또한 땅속의 뿌리를 통하여 봄을 향한/말없는 발길을 재촉한다.
나는 항상 그들을 느끼고/그들과 대화하고 있다.


김홍근(무궁화상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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