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치력 신장과 뉴욕한인회

2003-12-2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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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포사회의 정치적 영향력이란 ‘주류사회의 시선을 끄는 힘’이라고 정의해 본다. 이 정의에 입각해 본다면 주류사회의 시선을 끌지 못하는 우리 내부의 자기 과시적 행사나 비능률적이고 소모적인 우리 내부의 자리 경쟁은 우리 동포사회의 정치력 영향력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과시적 행사로 최근의 한 예를 들면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는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의 말미를 멋있는 월돌프 아스토리아에서 개최하였다. 그런데 이 행사는 월돌프 아스토리아에 갖다 바친 돈에 비하면 주류사회가 극명하게 보여준 무관심과 소외당했다고 느끼는 초대받지 않은 동포사회의 냉소적 기류를 감안할 때 우리의 정치력 신장과는 무관했다는 생각
을 갖게 한다.

우리 내부의 과도한 자리경쟁의 대표적 한 예를 들면 매 2년마다 벌어지는 뉴욕한인회장을 뽑는 행사를 꼽을 수 있다. 주류사회의 시의회, 또는 주의회 의원을 뽑는 것도 아닌데 마치 미주한인사회를 통치할 대통령이나 뽑는 것 같은 조직적 선거운동과 후보자들의 막대한 선거비용 낭비는 주류사회의 관심 밖의 일일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정치력 신장과는 거리가
먼 일일 뿐이다.


우리 동포사회의 정치력 신장을 위한 운동은 자기 과시적 행사와 비능률적이고 소모적인 우리 내부의 자리 경쟁을 적극 지양하는 차원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우리끼리 치러야 할 행사는 될수록 간소하고 대다수의 동포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하고, 주류사회를 향해 우리의 결집된 능력을 발휘할 때는 우리 동포사회의 모든 역량을 효과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체제를 우리 스스로 정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 뉴욕한인회의 구조조정은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다.

뉴욕한인회 ‘회칙개정위원회’가 ‘한인회장 간접선거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는 최근 신문기사는 발전적 고무적 소식으로 들린다. 회칙개정위원회가, 동포사회의 진정한 정치력 신장을 도모하기 위해 미래지향적이며 대승적인 의견수렴과 동포사회 실세들의 합의를 현 한인회장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뉴욕한인회가 ‘정치력신장위원회’라는 거창한 간판을 내 건 기구를 신설한 것은 우리들의 정치적 영향력의 향상이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는 사실을 인식한다는 의미에서 발전이라면 발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동 위원회가 정작 우리들의 정치력 신장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 뿐 구체적 실천 강령이 없는 한 ‘정치력 신장’이라는 단어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우리들의 정치력 신장에 기여하는 몇 가지 예를 들면, 체육인(특히 태권도인)들과 예술인(특히 음악인)들의 민간외교 및 국위선챵, 주류사회 도처에서 성공적인 한인들의 각종 사업체 및 업소들, 주류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는 차세대들, 그리고 한인들의 적극적인 시민권 획득과 시민권자들의 능동적인 투표권 행사 등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들의 정치력 신장은 거창한 간판을 내 건 ‘정치력신장위원회’의 탁상공론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주류사회의 각계 각층에서 활약하는 우리 동포들의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여건과 정치적 단결력(투표권의 결집)의 총체적 향상에 비례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 한인회가 동포사회의 정치력 신장에 기여할 생각이 진정 있다면 ‘정치력 신장위원회’의 신설 보다는 한인사회의 실질적 정치력 신장에 기여할 수 있는 한인회의 미래지향적 구조조정을 가져올 수 있는 한인회 회칙 개정에 더 큰 비중을 두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동포사회의 구심점으로서 30여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성장 발전한 한인사회의 현실에 부응하는 한인회 구조조정을 구체화하는 현재 진행중인 한인회 회칙개정작업이 현 김기철 한인회장의 역사에 남는 몫이 되기를 바란다.

김성준(민주평통 차세대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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