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03년을 보내며

2003-12-2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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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힘들었던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힘들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기상이변도 잦았고 ‘사스’라는 해괴한 질병으로 공포감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목숨까지도 잃은 사람이 수두룩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힘 가진 오만함이 야기시킨 중동의 전쟁터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고, 아직도 거긴 나날이 살벌한 현실입니다. 극심한 경제난, 취업난의 다수가, 아니 모두가 힘들었습니다.

우리의 동족이라는 북녘은 또 어떻습니까. 이산가족의 가슴 아픈 문제 해결은 이제 사치스런 화제이고 핵이라는 무지막지한 카드를 들고 전세계인을 공포에 몰아넣고 있질 않습니까. 미국에 살면서 ‘코리안’이라는 위치가 수치스러울 정도였습니다. 왜 그래야만 되는지 해답을 얻을 수가 없습니다. 또 우리 조국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생각만 해도 숨통이 콱콱 막
히는 정치현실이 묵묵히 살아가는 국민들의 자존심을 짓밟고 있습니다.


왜 우린 진정한 지도자를 찾지 못하고 이렇게 늘 고통스러워해야만 합니까.진정한 지도자의 덕목인 나라 사랑하는 마음은 전무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개인의 사리사욕에만 급급한 사람들이 정치를 한답시고 설치는 판국이니 나라가 온통 쑥밭입니다.

농부들은 수확 후 일년에 한 번 전답에 불을 지릅니다. 수많은 해충들을 전멸시키고 토양을 잘 일궈서 다음 해의 풍년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가능하다면 우리 정치권도 그런 방법이라도 써 봤으면 싶습니다. 오죽 답답하면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겠습니까.

그러나 우리에겐 꿈이 있고 희망이 있습니다. 의식있는 부모들의 울타리 안에서 2세들이 잘 자라고 있습니다. 나날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성살하게 묵묵히 이민의 삶을 일구어가고 있는 2세들의 버팀목을 의지하고 우리의 2세들이 분발하고 있으니 머지않아 코리안 아메리칸의 위상은 승승장구 할 것입니다.

처절했던 환경을 극복하고 우뚝 선 상원의원 신호범씨, 예일대 법대 학장으로 내정된 고홍주씨, 그리고 거의 한 평생을 모국어 지킴이에 최선을 다하는 교육가 허병렬 교장 등등이 훌륭한 롤 모델들입니다.

이제 묵은 해의 불미스러움은 잊을 때가 되었습니다. 빛이 있는 밝은 면을 보면서 또 한 그루의 건강한 사과나무를 심을 때가 지금입니다. 물 주고, 거름주고, 사랑 주어서 탐스런 수확을 위해 매진해 봄이 어떨런지요.


임 연 화 (롱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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