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다양성 존중하는 뉴욕시

2003-12-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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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뉴욕시의회는 영어가 미숙한 뉴욕시 이민자들을 위해 뉴욕시정부 산하 의료기관 및 서비스국이 적합한 언어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법안(Intro 38A)을 최종 통과시켰다.

이에 따르면 시정부 산하 인권국, 아동서비스국, 보건국과 시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대형 병원, 보건·복지센터 등이 앞으로 한국어를 비롯한 6개국어로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시정부가 이민자의 보건·복지 향상을 위해 향후 5년간 4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재정이 소요되는 이러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의지를 보고 새삼스레 뉴욕이 세계 최대 도시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뉴욕이 세계 최대 도시로 간주되는 이유는 물론 세계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연극·음악·미술 등 예술 문화의 창조지이며 우뚝 솟은 빌딩 등 화려한 외관이 가장 크게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그 핵심은 바로 다양성과 화합·융화를 존중하는 뉴욕시의 기본 정신에 있다.

세계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이민자가 차지하는 인구비율을 고려해 정부산하 기관에서 각국 언어로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찾기 힘들다.
그것뿐인가.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지난 9월 법무부가 연방수사국 범죄정보센터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이민자 신분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는 법안을 무시하고 시행정명령(Order 41)을 내려 뉴욕시 만큼은 이민자 신분정보가 경찰 및 시당국에 공유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또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지난 1년간 특정 지역출신 이민자를 대상으로 실시해온 ‘특정국가 출신 비이민자 외국인’ 등록제도를 지난달 철회한 것도 뉴욕 소재 인권·종교·이민자 단체의 노력과 이를 지지한 일부 정치인들의 힘이 컸다.

Intro 38A을 제안한 존 리우 시의원과 이를 적극 추진한 기포드 밀러 뉴욕시의장은 법안이 통과되는 순간 모든 뉴요커들에게 출신과 배경 등에 상관없이 공평한 기회와 권리를 부여하는 뉴욕의 정신이야말로 ‘뉴욕시가 전세계의 수도(Capital)’라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표현했다. 뉴요커들이라면 이 표현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법안을 최종 통과시킨 뉴욕시의회의 용기와 한국어 통·번역 서비스 제공을 적극 주장하고 기본 자료를 제공한 뉴욕한인봉사센터와 이민자연맹에 박수를 보낸다.

<김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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