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티그리스강에도 민주의 꽃은 피려나

2003-12-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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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독재자 ‘사담 후세인’이 드디어 이라크전쟁 9개월만에 바그다드 근방 사담의 고향 Tikris 마을 동굴 속에서 처절한 모습으로 생포되었다.

테러의 주범 빈 라덴을 잡기 위해 막강한 미국의 정보력, 군사력을 동원했어도(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승리했으나) 빈 라덴 체포작전은 터널의 빛을 보지 못한 채 또 시작한 악의 축 사담과 9개월간의 대이라크 전쟁은 16만
명의 미국 군인과 4만명의 연합군이 파병되었어도 24개의 동굴 속을 수시로 옮기며 숨어다니는 한 인간, 사담을 사로잡지 못하여 현상금 2,500만달러를 걸기까지 했다.

사담 체포가 마침내 미보병 4사단 병력에 의해 잡혔다는 기막힌 소식이 믿어지지 않아 하루를 걸리면서 신분과 사진 확인을 재검한 후 비로소 부시대통령은 일요일 아침, 대국민 발표를 했다.


하도 간절히 바랐던 생포인지라 통쾌한 감회를 이라크 주재 미국 최고행정관 부레머는 “후세인 잡았다(We got him)”라는 말로 온 세계인들을 기쁨으로 놀라게 했다.

20여년 전 미국 CIA 요원 노릇을 하기도 했고 미국의 후원으로 대통령까지 된 사담은 1990년 쿠웨이트전쟁을 계기로 미국의 적이 되었고, 폭악한 독재정치로 수십만명의 이라크 국민들을 고문, 학살, 심지어는 자기 총과 칼로 척살시키기도 한 흉악한 인간독재자였다.

독재자의 비참한 말로를 걸은 독일의 히틀러, 이태리의 무솔리니, 한국의 박정희, 필리핀의 마르코스 비극을 비웃으며 지난 2월 CBS ‘댄 레더’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쟁에서 잡히느냐 죽느냐는 마호멧 신의 뜻이라며 위세를 부리기도 했다.

중동 사막에 군림하던 맹수같은 독재자가 고양이 앞에 생쥐처럼 굴속에서 생포되었다는 12월 14일 뉴스는 세상을 흔들었다. 그리고 자유 민주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인류들, 특히 이라크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빛은 물론 정의가 세상을 지배함을 증명해 주었다.

동맹국인 불란서, 독일, 러시아가 석유 채굴에 돈독이 들어 미국과 등을 돌린 배신감을 씹어삼키며 이라크 국민의 자유와 민주주의 보장이라는 대의 아래 후세인과의 외로운 전쟁을 감행한 미국과 영국은 사담의 극적인 체포로 논란 많은 대 이라크 전쟁의 명분을 찾게 되었다.

지난 4월 9일, 바그다드광장, 우뚝 솟은 후세인 동상이 무너짐으로써 권력을 상실한 그가 수억달러 현금을 갖고 동굴속으로 잠적하여 뒷전에서 게릴라전쟁을 지휘해온 결과 197명의 미국군인의 목숨과 수백명 연합군의 생명을 앗아간 독재자의 처형은 자유와 민권 민주주의를 갈망해 온 이라크 국민들에게 민주주의 꽃을 피울 희망과 기쁨을 안겨주리라 확신한다.

오늘의 이 영광된 승리는 동맹국과 유엔의 반대를 무릅쓰고 민주주의라는 대의를 위해 온갖 시련을 인내하며 리더십을 발휘해 온 용단의 두 정치지도자 부시대통령과 블레어 영국수상에게 마땅히 돌려야 될 줄로 믿는다.


체포를 확인한 부시대통령은 “후세인은 이제 수백만 이라크 국민들이 거절당했던 사회정의의 시험대에서 심판받을 것이다” 했고, 토니 블레어 수상은 “후세인 생포는 암흑세계에서 살아온 이라크 국민들에게 희망찬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어주었다”며 환성을 토했다.

미국은 이제 2차대전 후 패전국 일본과 한국동란 후 남한의 민주주의 싹을 키웠던 역사에 이어 이라크에 민주의 꽃을 피우는 자유, 민주주의의 세계적 챔피언 역할을 재다짐했다.

이제 전쟁당사자인 미국은 사담 후세인을 국제재판소의 공정한 심판 아래 세계 만인 앞에 처벌을 함으로써 지구상에 아직도 독재자로 건재하는 북한의 김정일, 쿠바의 카스트로 등 여타 폭악한 독재자들을 대오시키는 교훈적 처벌의 전례를 세워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후세인의 처형이 연합군과 이라크군이 이라크의 민주주의를 위하여 일심동체가 되는 계기가 되어 유서깊은 ‘티그리스강’에 민주주의 꽃이 만발하는 날이 오기를 염원해 본다.


이호제(미대통령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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