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인상점과 대형유통업체의 명암

2003-12-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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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눈 앞에 다가왔지만 한인 상인의 얼굴에는 수심만 가득하다.
대목 경기가 실종된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해마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월요일인 지난 13일 오후 맨하탄 한인타운.
연중 최대 샤핑 시즌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물건을 사는 사람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매상이 지난해 수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상인들은 하나같이 볼멘 소리를 냈다. 선물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씨는 “매상이 지난해의 40%에 불과하다”며 “장사를 시작한지 10년이 됐지만 올해 같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길게 한숨을 쉬었다.


브로드웨이 도매상가에 물품을 배달하는 김모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트럭들이 시장 진입로를 통과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는데 올해는 너무나 썰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시각 맨하탄 한인타운 주변에 자리잡은 대형 백화점이나 샤핑센터들은 한인상가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메이시스 백화점은 몰려드는 샤핑객들로 매장이 인산 인해를 이루며 복도가 마비될 정도였다. 인근에 위치한 맨하탄몰 역시 선물을 사러 온 고객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이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이를 반영하듯 이 유통업체들은 올 연말 샤핑시즌 매출 실적을 작년보다 5∼10% 정도 상향조정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왜 이처럼 한인 상점과 주류 대형점간 명암이 크게 엇갈리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가. 그 답은 간단하다. 소비자들이 서비스가 좋고 샤핑 재미를 맛볼 수 있는 대형 유통업체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이제 한인 상가를 살리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경쟁력을 되살리는 것 말고는 해결책이 없을 것 같다.


김노열(취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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