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한국 기업들의 차떼기

2003-12-1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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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일같이 한국의 신문들을 장식하는 100억원대 비자금 소식에 서민들의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기업들은 비자금을 전달하기 위해 ‘차떼기’ 수법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한다. 배추 차떼기는 많이 들어봤어도 현금다발 차떼기는 처음 들어본다.
일반 샐러리맨은 평생 만져 볼 수 없는 돈들이 정치인들에게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상품연구 개발에 집중 투자해야 할 돈을 일 안하고 탁상공론의 정쟁만 일삼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상납하고 있다니 한숨만 나온다. 이런 사태에 왜 한국 국민들은 강 건너 불보듯 하는 걸까? 과연 이같은 사태가 한국의 차기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까?


문화 예술인들에게는 매우 인색한 기업들이 정치인들을 위해선 주머니를 활짝 열어 놓고 있으니 누구나 기를 쓰고 국회의원 배지를 달려고 하는 것이다.이따금 뉴욕의 유명 미술관들이 우수 한국 작가를 위해 특별전을 기획하며 스폰서를 요청해올 때가 있다. 재정적으로 어렵기에 전시 관련 특별 행사비용을 한인 커뮤니티에서 부담해주길 원하는 것이다.

지난 봄 뉴욕의 한 미술관 국제 스튜디오 작가로 작업중인 K씨는 퍼포먼스를 겸한 대규모 설치전에 필요한 2만5,000달러를 협찬 받기 위해 애를 먹었다.

뉴욕한국문화원측이 그를 대신해 뉴욕 일원 한국 지상자들을 찾아다니며 협찬을 요청했지만 그 어떤 기업에서도 선뜻 나서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결국 문화원측의 지원으로 그는 재료를 구입하고 퍼포먼스를 할 수 있었다.

수년 전부터 전통 문화 학교 설립을 추진해온 뉴욕의 한 인사는 이번에 한국의 모기업으로부터 기금을 지원 받기로 돼 있었으나 갑자기
기업 사정으로 예산 지원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설치작가 C모씨는 한국 기업의 지원으로 이민 100주년의 해인 올해 미국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선보이려 했으나 국내 기업들의 비자금 문제가 불거지며 프로젝트를 2년 뒤로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차떼기 돈의 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은 금액임에도 해외 문화사업에는 전혀 눈을 돌리지 않는 한국 기업들의 현주소가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김진혜(특집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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