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진짜와 가짜 다이아몬드

2003-12-10 (수)
크게 작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여러가지 보석 중에서 다이아몬드가 단연 으뜸이다.

과거 동양에서는 귀금속 가운데 금이 가장 희귀하여 귀중히 여겼으나 희소성이나 견고성, 불변성, 그리고 장식 효과에서 다이아몬드는 금보다 한 수가 높다. 그래서 금값 보다도 비싸고 최고의 보석으로 대우를 받아 결혼 예물로 쓰인다. 이 세상에서 가장 변하지 않는 물질의 하나이기 때문에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007영화도 있다.

다이아몬드는 탄소의 결정체라고 한다. 그 생성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으나 지하 500~700km에 있는 마그마의 상승으로 인한 고온과 고압조건에서 질소와 알루미늄 등이 포함된 탄소가 결정체를 이룬 후 지표 가까이에 분출된 것이란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이 보석을 처음 사용한 것은 기원전 7~8세기 인도의 드라비다족이었고 로마시대에 유럽에 유입되어 왕후귀족들이 애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중세까지만 해도 이 보석은 루비나 에메랄드 등 색채 보석에 뒤졌다. 17세기 말 베네치아에서 커팅과 연마방법이 발명된 후 최고의 보석으로 각광받게 되었고 1866년 남아공에서 대규모 광산이 발견된 후 명실공히 최고의 보석으로 자리를 굳혔다.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정하는 기준으로 4C가 있는데 즉, 캐럿(무게) 클래리티(투명도) 칼러(색상) 컷(깎은 면)이 가치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보통 청색을 띠는 투명한 백색 다이아몬드가 고급이고 내부의 포유물이나 쪼개짐, 연마흠이 적을수록 좋고 이상적인 컷에 근접한 컷일수록 좋고 똑같은 품질의 경우 가격은 캐럿수의 제곱에 비례한다고 한다.

그런데 다이아몬드가 가장 귀중한 보석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고 장식용 뿐만 아니라 공업용 등으로 수요가 늘자 인공으로 다이아몬드를 제조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그리하여 1955년 미국의 GE사가 탄소와 그밖의 원소를 고온 고압에서 합성하여 공업용 인조 다이아몬드를 만들어냈고 1970년에는 보석용으로 쓸 수 있는 1캐럿 이상의 투명 다이아몬드를 합성하는데 성공, 이제는 일반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언뜻 보기에는 진짜 다이아몬드와 인조 다이아몬드를 구분하기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진짜와 가짜를 쉽게 식별할 수 있
다고 한다.

이런 다이아몬드를 생각할 때 사람에 비유할 수 있는 점이 많다. 다이아몬드가 귀중한 것처럼 사람은 귀중하다. 다이아몬드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사람은 매우 귀중하다. 다이아몬드가 제각기 다른 품질로 생성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람은 제각기 다른 성질과 소질, 소양을 타고 태어난다.

그 다이아몬드가 채굴과 커팅, 연마의 과정을 거쳐 아름다운 보석이 되듯이 사람도 타고난 재주와 솜씨가 교육이나 수련을 통해 인격이나 능력으로 완성된다.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결정하는 4C가 있듯이 사람의 가치도 품성이나 인격, 능력, 희생정신, 노력 등 다양한 척도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다이아몬드가 사람의 눈에 띄어 비싼 값에 팔려서 아름다운 사람의 목걸이나 반지로 사용될 때 그 가치가 유감없이 발휘될 수 있는 것처럼 사람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가치를 인정받아 쓰임을 받을 때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런데 진짜와 가짜 다이아몬드를 잘 구분하지 못하듯이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인지 요즘은 가짜 사람들이 판을 치는 세상인 것 같다. 특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정부패와 각종 악덕을 보노라면 진짜 사람들은 어디론가 밀려나서 보이지 않고 가짜 사람들이 주름잡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이럴 때 사람들은 세상을 원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까지 원망할 것도 없다. 아무리 가짜들이 판을 친다고 해도 가짜는 가짜일 뿐이다. 진짜 다이아몬드는 흙 속에 묻혀서 사람의 눈에 결코 뜨이지 못한다 하더라도 다이아몬드는 영원한 것이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짜를 진짜로 속아서 비싼 값에 사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가짜 사람을 진짜로 잘못 보았다가는 인생을 망치기 십상이다. 모파상의 소설 <목걸이>처럼 가짜에 속은 인생을 허무하다고 불행하다. 진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인생은 복된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 영 <본보 주필>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