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만화경] 늦깎이 빚투와 황혼 이혼

2026-05-08 (금) 12:00:00 서정명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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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이상의 주식 투자 성향이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0.1%포인트라도 높은 이자를 얹어 주는 은행을 찾거나 원금이 보장되는 우체국에 뭉칫돈을 맡겼던 황혼층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한창이다. 올해 1분기 전체 신용 융자 잔액(약 27조 원) 중 60대 이상이 약 8조 원으로 전체의 29%를 차지했다. 지난해 1분기의 3조 원대보다 2배 이상 폭증한 시니어들의 ‘머니 무브’다.

■황혼층이 돈 관리에 보수적이라는 기존 통념을 깨고 ‘모험 자본’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이 같은 투자 성향 변화는 노후 불안 탓이 크다. 황혼층의 자산 중 77%가 부동산에 꽁꽁 묶여 있어 정작 손에 쥘 수 있는 가용 현금은 제한적이다. 지난해 황혼층의 신용 융자 증가율이 85%로 40~50대(52%), 20~30대(46%)보다 훨씬 가팔랐던 점은 황혼층이 느끼는 경제적 절박함을 여실히 보여 준다.

■쏜살같은 세월처럼 황혼 세대의 이혼관 변화도 빠르다. 특히 연세 지긋한 여성들은 어려서는 아버지, 시집가서는 남편, 늙어서는 아들을 따르는 이른바 ‘삼종지도(三從之道)’를 벗어던졌다. 지난해 결혼한 지 30년 이상 된 부부의 이혼을 가리키는 ‘황혼 이혼’이 결혼 기간 5년 미만인 ‘신혼 이혼’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황혼 이혼은 1만 5628건으로 신혼 이혼(1만 4392건)보다 1236건이나 많았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대상 이혼 상담 4013건 중 60대 이상이 전체의 22%나 차지했다.

■황혼 이혼 급증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결혼한 지 20년 이상 된 부부의 이혼을 황혼 이혼으로 보는데 이 비율이 2022년에 23.5%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승진하지 못한 50대 부장급의 직책을 낮추거나 박탈하는 ‘역직(役職) 정년’의 영향이 크다고 한다. 급여 감소에 따른 노후 자금이나 자녀 양육 문제로 부부 갈등이 잦고 끝내 이혼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씁쓸하지만 한국이나 일본이나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백년해로하기 힘든 세상이 됐다.

<서정명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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